■ 조선 우체부┃이윤희·박안나·한재홍 지음. 써네스트 펴냄. 208쪽. 1만3천원

우리나라 최초의 우체국 이야기를 다룬 창작 장편 동화 ‘조선 우체부’의 주요 배경은 인천(제물포) 개항장이다.

우리나라 근대 우편제도는 고종의 명에 따라 1884년 11월17일 수도 한성(서울)에 우정총국이 설립되고, 그 다음날 우정총국 인천분국이 설치되면서 시작됐다. 최초의 우체국 우정총국 인천분국은 같은 해 12월4일 갑신정변으로 28일 만에 문을 닫았다. 우정총국 인천분국이 운영된 28일 동안의 기록이나 사료는 현재 남아 있지 않다. ‘조선 우체부’는 그 역사의 빈칸을 당시 우정총국 인천분국장을 맡았던 실존 인물인 월남 이상재(1850~1927)와 허구의 인물인 노비 콩돌이의 만남으로 채웠다.

오늘날 인천시청에 해당하는 인천도호부에 소속돼 공문을 전달하던 노비인 ‘비각노’의 운명을 타고난 소년 콩돌은 우정총국 인천분국 주사로 부임하는 이상재를 만난다. 콩돌은 위기에 빠진 이상재를 구하고, 중요한 문서가 담긴 봇짐을 찾아 준 인연으로 우정총국 인천분국에서 이상재와 함께 지내며 이런저런 일을 돕게 된다.

우리나라의 첫 우편 업무는 인천 개항장에 진출한 일본영사관과 청국영사관의 협조 거부 등으로 암초를 만나지만, 이상재와 콩돌은 일반 백성들이 우편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춤으로써 마침내 업무를 개시한다. 그러나 ‘삼일 천하’로 끝난 갑신정변으로 인해 개화파 이상재는 고초를 겪게 되고, 우정총국 인천분국은 폐쇄되고 만다. 훗날 독립운동의 거목이 되는 이상재와 소년 노비 콩돌의 신분제를 뛰어넘는 우정과 성장담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이메일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발달로 이젠 ‘편지’조차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들에게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의 역사와 소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국제도시 인천 개항장 풍경, 이상재가 콩돌에게 ‘개화의 맛’이라며 선보인 청관(인천차이나타운)의 작장면(짜장면), 한국 최초의 ‘우초’(문위우표), 인천도호부와 인천감리서의 관계, 신미양요 등이 우리나라 근대 역사를 알아가기 좋은 소재로 이야기 속에 등장한다. 이윤희·박안나 작가가 글을 쓰고, 한재홍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우정문화 콘텐츠 스토리텔링 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