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100여명 도민 도의회 모여

공공성 확대·강화에 토론회 한 뜻

진정한 변화 대한 구체적 합의 도출

생명·안전·복지 등 70개 의제 제출

새로운 사회로 전환과 변화의 구호

한상진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정책기획국장
한상진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정책기획국장

‘새로운 나라,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이 넘친다. 대한민국의 개혁, 전환의 출발과 완성은 지역의 변화와 개혁이다. 세상의 개혁과 전환은 개개인의 삶에 대한 변화이며 이는 구체적인 생활 단위, 공동체의 변화이다. 대한민국 거주자의 4분의1이 경기도에 있다. 경기의 변화가 대한민국의 변화를 만든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권력의 집중이 과도한 한국사회에서 오늘 우리가 제시하는 변화의 선언은 이후 우리 모두의 실천과제이다’.(4월19일 경기사회대개혁 토론회 경기도민선언 中)

지난 4월19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 경기 31개 시군에서 출발한 100여 명의 경기도민이 모였다. 윤석열의 친위쿠데타와 일터와 광장을 메운 노동자, 시민의 저항, 헌법재판소 파면선고 그리고 ‘대한민국을 바꾸겠다고. 불법 계엄 이전과는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라고 선언하고 열린 조기 대선. 하지만 추운 겨울 광장에서 울려 퍼진 다양성과 평등, 전환에 대한 합의와 선언은 오간 데 없이 나름 유력하다는 후보들의 입에서 나오는 구체성 떨어지는 거대 담론과 선언은 많은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우리는 예전에도 유사한 경험을 한 바 있다. 박근혜 국정농단에 맞서 싸우며 정권의 교체를 이뤄냈지만 대다수 노동자, 시민의 처지는 변함이 없었다. 삶은 더 퍽퍽해졌고 사회를 지탱하던 상식은 무너졌다. 그 결과 다시 정권이 바뀌었고 괴물같은 정권의 폭주를 낳았다. 세상의 변화, 새로운 나라를 얘기했지만, 결과는 퇴행이었고 소위 흑역사의 반복이었다. 이러한 배경 아래 경기도의 노동·시민·사회운동 진영이 진정한 변화, 진정한 전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이에 대한 합의, 지속적 실천과 결과 창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사회는 지역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고 생활과 거주를 공통의 기반으로 하는 지역의 변화를 통한 자기 삶의 변화가 없다면 각종 매체를 통해 울려 퍼지는 소위 유력 정치인, 원내 1·2·3당의 외침은 또 다른 기만의 시작이라 결론지었다.

지역에서 합의하고 실천할 과제와 구체적 이행 경로를 모았다. 구체적인 방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긴 다양한 의제들이 모였다. “아 그래. 우리가 이걸 놓치고 있었네”, “이런 방법이 있었네”라며 무릎을 치게 하는 ‘생명·안전, 복지·의료·돌봄, 노동, 기후·환경, 인권(성평등·소수자·이주민 권리 등), 농업과 먹을거리, 교육, 지방자치·민주주의, 평화, 경제’ 등 10개 영역 70여 개 의제가 제출됐다.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은 사람들이 영역별 10개 테이블에 둘러앉아 자신의 고민과 경험을 이야기하고, 다른 참가자의 고민과 경험을 존중하며 구체적 합의를 만들었다.

참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1이 모여 있는 경기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며 결국 ‘경기도가 변해야 대한민국이 변한다’라며 노동자, 시민의 기본권이 확대·강화되고 노동자, 시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공성의 확대·강화에 대해 뜻을 같이하고 어느 한 당사자, 특정 지역·이해집단의 요구가 아닌 경기지역 노동·시민·사회운동 진영 공동의 요구와 실천을 합의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에서 안전한 경기도. 특권과 차별을 조장하는 교육과 사회정책에서 벗어나 장애·국적·다양한 지향과 취향이 차별받지 않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평등한 경기도.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개발과 지역편중 사업에서 벗어나 정의로운 전환, 기후 정의, 공유의 대안적 경제가 자리잡는 경기도. 경기북부 접경지역 주민과 국민이 전쟁의 위협과 긴장에서 벗어나 평화롭게 공존·번영하는 경기도. 지난 19일 토론은 다시 하반기 2차 토론으로 이어진다. 6월 조기 대선이 마무리되면 연이어 지방선거와 총선거가 뒤를 잇는다. 이렇게 여러 차례 토론을 통해 다듬어진 의제는 지역을 풍성하게 할 귀한 기반이 될 것이다. 상상에만 존재하는 뜬구름 잡는 식의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과 변화의 구호가 이제야 굳건하게 두 발로 땅을 딛고서 첫걸음을 뗐다.

/한상진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정책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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