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 경기북부경찰청 범죄예방대응과 경사
이경훈 경기북부경찰청 범죄예방대응과 경사

최근 경북·영남권을 휩쓴 대형 산불과 서울 강동구에서 발생한 대규모 싱크홀 사태는 재난이 결코 먼 일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건조한 날씨와 강풍 속에서 순식간에 번진 산불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위협했고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지반 침하는 시민들의 일상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경찰의 역할은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는 ‘경찰은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그 임무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단순히 범죄를 예방하거나 범인을 검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재난과 사고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경찰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종종 경찰의 역할이 범인 검거와 수사 활동에만 집중된 것처럼 인식되기도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재난 대응과 사고 수습, 주민 보호 등 훨씬 더 폭넓은 임무가 요구된다. 단속보다는 대피가 먼저이고 수사보다 생명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경찰의 존재 이유는 더욱 분명해진다.

산불 발생 시에는 주민 대피 유도와 교통 통제가 시급히 이뤄져야 하며 특히 고령 인구가 많은 농촌 지역에서는 발 빠른 대응이 인명 피해를 막는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경찰은 소방, 지자체 등과 긴밀히 협력해 대피를 지원하고 소방력이 신속하게 현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로 정비 및 통제를 맡는다.

싱크홀처럼 도심 사고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시민의 접근을 차단하고 2차 피해를 예방하며 사고 현장에서 질서 유지와 정보 전달을 담당하는 것 역시 경찰의 주요 임무다. 위기 상황에서의 신속한 조치와 명확한 대응은 공공의 안전을 지키는 핵심 요소다.

재난과 사고는 단일 기관의 대응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경찰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하고 가장 가까이에서 국민을 지켜야 할 주체임에는 분명하다. 평시에는 범죄 예방과 치안 유지에 힘쓰고 비상시에는 사고 대응의 최전선에 있어야 한다.

경찰은 앞으로도 국민 곁에서 묵묵히 그 역할을 다해나갈 것이다.

/이경훈 경기북부경찰청 범죄예방대응과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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