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날’ 인천지법 15인 이야기
사회적 약자 돕고픈 마음으로 선택
기피할만한 사건들 매달 평균 22건
업무 과중·턱없는 급여에 시달려
재지원 의사엔 “고민하겠다” 미소

“사람을 구한다는 생각으로 변호를 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해서 억울한 일이 생기면 안되니까요.” (김도윤 인천지법 국선전담변호사)
“몰랐던 우리 사회 면면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김보라 인천지법 국선전담변호사)
인천지법에는 국선전담변호사 15명이 있다. 이들에게 매달 배정되는 사건은 1인당 평균 22건이나 된다. ‘법의 날’(4월25일)을 앞두고 국선 변호사들의 사무실에 가 보니 성인 남성 허리 높이까지 쌓인 수만 장의 사건 기록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선 변호사에 비해 적은 급여와 고된 업무에도 이들이 국선 변호사의 길을 택한 이유가 가장 궁금했다. “형사사건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를 돕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는 김보라(37) 변호사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국선 변호사는 형사사건으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 경제적 여건 등으로 인해 사선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한부모 등 사회적 약자를 도와준다. 미성년자, 70세 이상 노인이나 사형·무기 사건으로 기소되어도 국선 변호사의 법적 조력을 받을 수 있다. 김도윤(40) 변호사는 “장애인이나 조현병 환자 등의 사건을 맡게 되면 의사소통이 어려워 필담을 하거나 가족들과만 상담을 진행할 때도 있다”며 “이런 분들이 법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따금 국선 변호사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도 생긴다. 흉악범을 변호한다고 손가락질을 받는 경우가 그렇다. 김도윤 변호사는 “국선이 맡는 사건 대부분은 사선 변호사들이 기피할 만한 사건들”이라며 “피고인 중에는 반성하지 않거나 정말 못된 짓을 한 사람도 있는데, 법과 원칙을 수호하기 위해 어떤 경우에도 변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시민들이 더 나은 법률 서비스를 받기 위해 국선 변호사 업무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보라 변호사는 “얼마 전 대전에서 국선 변호사가 자신이 변호한 피고인이 휘두른 흉기에 맞아 다친 사건이 있었는데, 남 일 같지 않았다”며 “언제든 위협에 노출될 수 있는 변호사들을 위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했다. 김도윤 변호사도 “돈을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과중한 업무에 비해 급여가 적어 사무 직원 월급을 주기도 빠듯하다”며 “처우가 나아지지 않으면 국선에 지원하는 변호사들도 줄어들 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선전담변호사는 본인이 희망할 경우 위촉 기간인 2년 단위로 더 일할 수 있다. 이들은 “기간을 채우면 다시 국선전담에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디서도 하지 못한 경험을 하고 있어 보람이 크다”면서도 “고민해보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법의 날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작용하는 법의 존엄성을 알리기 위해 1964년 제정된 국가기념일이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