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수업 친밀도 형성에 어려움

교실공동체 ‘붕괴’ 정서상 악영향

양대 교사노조는 폐지 서명운동

전국 교원 “원활 운영” 19% 그쳐

“과목을 나눠 반을 이동하면서 수업을 듣는 취지는 좋지만, 친구들과 골고루 친해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24일 안양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양은 경인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아쉬움을 이같이 설명했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정책으로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필요한 과목을 선택 및 이수해 192학점 이상을 취득하면 졸업하는 제도다. 대학교의 학점 취득 시스템과 유사하다.

하지만 A양의 말처럼 자기가 듣고 싶은 과목을 신청해 듣는 방식이라 정작 같은 반인데도 같이 수업을 듣지 못해 서먹한 사이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 교실에서 수업을 계속 같이 들었던 예전과 달리 고교학점제 체제에서는 이동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 간 친밀도 형성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A양은 “영어랑 몇 개 과목 빼고는 거의 다 따로 수업을 듣는다”며 “같은 반 친구들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경기교사노동조합에서도 똑같이 인식하고 있었다. 경기교사노조 관계자는 “(고교학점제로 인한) 교실 공동체 붕괴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다”며 “아이들 입장에서는 친구랑 사귈 기회가 줄어들어 정서상으로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학한 지 두달이 돼 가지만, 고교학점제는 아직 학교에 안착하지 못한 모습이다.

양대 교사노조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지난 2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고교학점제 폐지 촉구 교사 서명’을 받는다.

양대 노조는 ▲고교학점제 전면 폐지 ▲교육 주체가 함께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 다시 마련 ▲공교육 정상화 위한 교사 정원 확보·절대평가 도입 등 근본적인 지원과 제도 개편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양대 노조에서는 최소 성취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의 관리와 성적을 잘 받기 위해 특정 과목만 선택하는 쏠림 현상 등을 거론하며 고교학점제가 잘못된 제도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은 전국 고교 교원 9천485명을 대상으로 고교학점제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지난 9일 발표했는데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응답은 19.6%에 그쳤다. 부정적 의견 56.2%, 중립 의견은 24.1%였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자치 활동이나 학교 동아리 활동 등을 강화해(고교학점제로 인한 친밀도 감소)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어려운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