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초고압직류송전(HVDC) 변환소 증설과 관련된 하남시의 건축허가 지연되자 한국전력공사가 1인 시위에 나서는 등 반발(4월16일자 인터넷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이현재 하남시장 김동철 한전 사장이 직접 만나 해결방안을 모색했지만 입장차만 다시 확인했다.
더욱이 한전이 ‘호소문’을 내자 하남시가 곧장 호소문을 반박하는 ‘입장문’을 내면서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이 시장과 김 사장은 24일 오후 2시부터 비공개 면담을 가진데 이어 실무진 간 ‘끝장토론’까지 진행했지만 2시간여 만에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끝장토론까지 무산되자 한전은 ‘하남시의 전력망 건설 허가 촉구를 위한 한국전력의 호소문’을 내고 재차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HVDC 변환소 증설을 위한 건설허가를 촉구했다.
한전은 임직원 일동 명의의 호소문을 통해 “지난해 12월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가 ‘하남시의 불허처분을 취소한다’라는 법적 결정을 분명하게 내렸음에도 하남시는 이를 무시하고 인허가를 지연하고 있다”며 “이는 재량권을 남용한 부당한 행정이며, 단순히 특정 지역만의 문제를 넘어 국가 전력망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행위”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한전 실무책임자들이 ‘더 이상 늦출 수 없습니다. 전력공급이 시급합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지난주부터 하남시청 앞에서 1인 시위까지 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전력망 건설 지연이 계속되면 이로 인한 요금인상 요인이 연간3천억 원이나 되고, 결국 그 부담은 국민께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가장 심각한 것은 인공지능, 반도체 등 대한민국의 미래 첨단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 자체가 흔들리며, 국가경쟁력마저 추락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전은 “33만 하남시민들이 매일 사용하는 모든 전기 역시 멀게는 400㎞ 떨어진 발전소로부터 수많은 경과지역을 거쳐 모두의 대승적 이해와 협조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우리 지역에는 전력설비를 건설할 수 없다’라고 주장하는 모순된 태도는 일반적 상식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책임 있는 지방정부라면, 소수이익과 정치논리, 그리고 일부 환경단체의 주장에 동조하기보다는 국가 전력망의 공공성과 중요성을 한전과 함께 주민들에게 잘 알리고 설득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특정지역의 반대가 국가 전력망의 확충을 가로막고 대한민국 전체의 손실을 초래하는 일은 없어야 하며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수도권 전력 안정화를 위해 지지와 성원을 한전에 보내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하남시는 한전 측의 호소문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 “하남시는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 사업이 전력망 확충과 수도권 전력 안정화를 위한 국가 핵심사업임을 이해하고 있다”며 “하지만 주거밀집지역에 기존 용량 대비 무려 3.5배 증설(한전측은 1.8배로 밝힘)로 늘어날 대규모 시설에 대한 시민의견 수렴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시는 한국전력 측에 주민수용성을 확보해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고, 한국전력 역시 보도자료와 공문을 통해 변전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주민수용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동서울변전소 이슈가 발생된 지난해 7월부터 지금까지도 감일신도시 시민들은 동서울변전소 대규모 증설에 따른 안전 우려와 불안감을 여전히 호소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12월 행정심판 인용 결정에 따라 시는 법과 규정에 맞게 그동안 행정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었으며, 이미 한국전력 측에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하남시가 재량권을 남용한 무책임하고 비상식적인 행정기관이라고 비판만 하는 거대 공기업 한국전력 측이 과연 해당 사업을 미래 첨단산업의 핵심이자 국가 경쟁력을 위한 사업으로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면서 “국가정책이 진정한 공공성을 갖기 위해서는 그 정당성만큼이나 시민과의 신뢰와 공감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사업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한전 측은 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시민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먼저 구해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하남/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