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맥베스’
어수선한 정국, 尹에 빗대어 소환
예언 맹신·권력욕 등 파멸 이끌어
굿판 벌인다고 앞날 바꿀 순 없어
분명한 건 겸손해야 한다는 것뿐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의 ‘맥베스’가 요즘의 어수선한 정국에 불려 나왔다. 주인공의 행로가 누구와 꼭 닮았다는 거다. 맥베스의 줄거리는 이렇다. 스코틀랜드 장군인 주인공은 전쟁에 승리한 이후 마녀들에게 예언을 듣는다. 자신이 왕(王)이 될 운명이라는 거다. 그의 아내도 적극적으로 부추겼다. 결국 왕을 죽이고 왕좌를 차지한다. 더불어 장차 왕이 될 운명이란 예언을 들었던 친구의 가족을 ‘사냥하듯’ 몰살시킨다. 그러나 권력의 정점에 서면 늘 불안하다. 자신도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힐 수 있다. 엄습하는 죄책감에 잠을 설친다.
맥베스는 또 마녀를 찾아간다. 예언은 “영주 맥더프를 경계하라. 여인이 낳은 자는 맥베스를 해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족을 몰살당해 복수심에 불타는 맥더프는 맥베스와 최후의 일전을 벌인다. 맥베스는 예언을 들먹이며 “너는 사내가 낳았다는 것이냐”고 을러댄다. 이에 맥더프는 “그동안 예언 따위에 의지했다는 거냐. 그렇다면 나는 어머니가 낳기 전 배를 갈라서 나왔다”고 맞받아친다. 결국 맥베스는 패배하고 죽음을 맞는다.
인간의 야망과 그로 인한 파멸, 예언에 대한 맹신과 도덕적 타락이 초래하는 비극이겠다. 권력을 향한 무한한 욕망이 결국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것이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로 꼽히는 배경이다. 이런 비극을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 경우와 빗대는 만담가들이 있다. 물론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몇 부분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게도 좌우로 젓게도 한다. 아마도 부조리한 인생과 아이러니한 운명, 여기에 그럴듯한 예언의 조합이 동서고금을 관통하기 때문일까.
예컨대 맥베스 1막1장에서 천둥소리와 함께 나타난 마녀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는 내용이 있다. “아름다운 것은 더럽고, 더러운 것은 아름답다(Fair is foul, foul is fair).” 희곡의 전편을 압축하는 구절인데, 번역자마다 조금씩 표현이 다르다. 아름다움과 추함, 예쁨과 못생김, 선(善)과 악(惡), 고움과 더러움으로 각각 대비시키는 거다. 야구로 보면 타자가 친 공이 페어 볼이냐 파울 볼이냐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이겠다. 선 하나를 두고 인(In)과 아웃(Out), 생(生)과 사(死)가 갈리는 거다. 나아가 ‘옳은 것은 잘못된 것, 잘못된 것은 옳은 것’으로 의미를 확장한다. ‘맑음은 흐림, 흐림은 맑음’이라는 은유적 표현도 있다. 필자가 아름다움과 더러움으로 대비한 것은 구글 번역에 따른 것임을 밝혀둔다.
한데 ‘아름다운 것은 더럽다’는 말이 어딘지 익숙하지 않은가. 바로 노자의 ‘도덕경’이다. ‘천하가 아름답다(美)고 알지만 추하다(惡). 좋다고(善) 알지만 좋지 않다(不善)’. 상대성에 대한 노자와 셰익스피어의 2100년을 뛰어넘은 공감이다. 사실 많은 경구와 속담이 ‘좋은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가르친다. ‘회남자’의 새옹지마(塞翁之馬)가 대표적이다. 옛날 중국에서 새옹이 기르던 말이 달아나 낙심했는데 준마를 데리고 와 횡재했으나 아들이 이 말을 타다 떨어져서 다친다. 그러나 그 바람에 전쟁에 끌려 나가지 않아 용케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인생사 길흉화복(吉凶禍福)은 예측하기 어렵다. 점(占)을 치고 굿판을 벌인다고 앞날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 여기서 자신이 내딛는 한 걸음이 다음과 내일의 기준점이다. 청와대 입주를 막무가내 거부했지만 3년도 버티지 못했다. 오히려 감옥에서 평생 보낼 수도 있다. 만일 무속 탓이라면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성공했다고 환호작약할 것도 실패했다고 낙담할 것도 없다. 삶은 계속되고, 오늘의 실패가 내일 성공의 밑거름이 되지 않나. 반대로 성공으로 방약무인하면 필히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세상만사 기한이 있다고 하지만 알 수는 없다.
6월 대선의 주자들이 속속 정해지고 있다. 이번에는 특히 역사와 시대에 부응하는 후보가 선택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성공에 겸손해야 모든 것이 합력하여 진정한 선(善)을 이룬다는 역사적 경험이다.
/박종권 칼럼니스트·(사)다산연구소 기획위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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