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 없는’ 지역 갈등에 ‘이름 없는’ 다리로 개통 될판
12월 개통 앞두고 후보도 못추려
사업시행 경제청, 가칭 사용 검토
영종하늘대교 vs 청라대교 대립
이의신청 2회땐 연내 확정 난망
‘제3연륙교’ 임시 표지판… 전국 최초

올해 12월 개통을 앞둔 제3연륙교(인천 중구 중산동~서구 청라동 4.68km)가 ‘이름 없는 다리’로 개통될 판이다.
명칭을 둘러싼 인천 중구와 서구 지역 주민·정치권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사업시행자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정식 명칭이 아닌 가칭(제3연륙교)으로 개통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28일 인천경제청은 제3연륙교 개통 전 명칭 확정이 안 될 것에 대비한 행정 절차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해 12월 인천시지명위원회 심의를 계획했지만, 4월 현재 위원회 개최는커녕 명칭 후보조차 추리지 못했다. 중구와 서구에 걸쳐 있는 시설물 제3연륙교 정식 명칭은 각 구청 의견을 취합해 인천시지명위원회가 결정한다.
인천경제청은 올해 3월 ‘제3연륙교 민관협의회’를 발족하며 중구(영종하늘대교)와 서구(청라대교) 사이 소통에 나섰지만 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인천 도시브랜드를 잘 표현한 ‘영종하늘대교’를 명칭으로 확정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이용우(민·서구을) 국회의원은 지난 11일 주민 설문조사를 토대로 “주탑이 청라 인근에 설치되기 때문에 제3연륙교 이름은 ‘청라대교’가 자연스럽다”고 주장했다.
중·서구 지역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오히려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을 띠면서 인천경제청은 최근 각 지역이 희망하는 복수의 명칭을 올리고, 인천시지명위원회가 결정하게 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꿨다. 인천경제청, 중구, 서구가 2개씩 총 6개 명칭을 제안할 예정이다.
인천경제청은 올해 적어도 1번은 인천시지명위원회 심의를 받는다는 목표인데, 하반기 중 안건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인천경제청이 자체 공모를 진행하고 각 구가 정한 후보를 취합하기까지 수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천시지명위원회가 결정한 명칭에 누구든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다. 인천시지명위원회가 명칭을 심의·의결하면, 30일 간 이의신청이 가능하다. 재심의 결과 이후에도 30일 내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명칭 선정 작업은 국가지명위원회가 주도하게 된다. 국가지명위원회 결정에 대한 재심 청구는 불가능하다.
인천경제청은 두 지역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인천시지명위원회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이 두 차례 제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
7~8월에 첫 심의를 시작한다고 가정해도, 명칭 심의 절차와 이의신청 기간 등을 감안하면 제3연륙교 개통 전 명칭 확정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인천경제청 판단이다.
인천경제청은 제3연륙교 12월 개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제3연륙교는 명칭 확정 없이 교량을 개통한 전국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명칭 없는 교량 개통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다만 가칭으로 먼저 이정표나 표지판을 제작한 뒤, 정식 명칭이 정해지면 다시 수정해야 하는 만큼 행정력이나 재정 낭비가 예상된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계속 협의를 이어오고 있지만, 명칭을 정할 때 주민 의견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구청도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인 듯하다. 올해 안에 명칭 결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예상하고 있다”며 “일단 ‘제3연륙교’로 개통한 뒤, 나중에 정해지는 명칭에 따라 표지판 등을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