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명이라도 행복할 권리 보장돼야… 그게 복지 존재 이유”

 

광주 토박이, 20년간 의사·국회의원도

한국 축소판 경기도서 미래복지 꿈꿔

여전히 삶과 전쟁 중인 취약계층 많아

소외층 위한 국가·지자체 역할 등 강조

어릴적 꿈꾸던 ‘대동세상 실현’ 최선을

중학교 때 배운 동학농민운동은 그의 마음에 사회변혁의 씨앗을 심었다. 고등학교 때 자전거를 타고 광주민주화운동 시민군의 뒤를 따르며 모두가 행복한 ‘대동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대동 세상’은 그가 의과 대학에 진학한 뒤 학생운동에 전념한 이유이자 목표였다. 의사가 돼서도 독거노인, 미등록 이주민 등 약자를 위한 활동을 이어간 그는 어느덧 경기도 복지 수장으로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이용빈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의 이야기이다.

사진/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사진/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 광주 토박이 의사가 경기도에 온 이유

지난 2월 취임한 이 대표이사는 부임 전 경기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경기도와의 연관성’을 지적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대표이사는 광주광역시에서 나고 자란 ‘광주 토박이’다. 전남대학교 의학과에 진학해 광주에서 약 20년간 의사로 활동했으며 지난 21대 국회에선 광주 광산구갑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4년간 활약했다.

광주 토박이인 이 대표이사가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직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 경기도의 지역성에 있다. 최다 인구를 보유한 광역자치단체이자 대한민국의 축소판인 경기도에서 대한민국 복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전남은 늘 나라의 변방이자 지역 불균형의 대명사로 정치·경제적으로 소외돼 왔습니다. (저 스스로)많은 부분에서 더욱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배우지 못한 것들이 많았어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자 미래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경기도에서 미래 복지 정책을 만들고 복지 현장의 요구와 어려움을 해결해 가는 사령탑 역할을 해 볼 수 있겠다는 소망으로 지원했습니다.”

■ 사회적 약자를 위한 20년

이 대표이사는 지난 2020년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 전까지 약 20년간 광주에서 의사로서 활동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에 전념해 왔다. 특히 30대 시절 마을 주치의로 활동하며 취약계층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필요함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는 개원하고 처음으로 방문한 독거 어르신의 집을 떠올리며 “당시 할머니 혼자 사는 집은 너무 비참해서 마치 전쟁터 같았다”고 회상했다.

“‘우리 모두 평화롭게 사는 줄 알았는데 전쟁하고 계신 분들이 너무 많구나. 아직 우리 대한민국이 계속 전쟁 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분들을 위해 제가 몇 번 진료해 드릴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이분들의 삶을 뒷받침하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이란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습니다.”

이후 이 대표이사는 광주비정규직센터 이사장, 시민플랫폼 나들 대표, 틔움키움네트워크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노동자와 청소년·청년 등 사회적 약자와 취약 계층을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지난 2005년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 설립에 함께해 일요일마다 무료 진료에 참여했다. 이같은 노고를 인정받아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4년여간 센터의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이용빈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오른쪽)가 지난 2005년 6월 26일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 창립일 당시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무료 진료를 하고 있다. /이용빈 대표이사 제공
이용빈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오른쪽)가 지난 2005년 6월 26일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 창립일 당시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무료 진료를 하고 있다. /이용빈 대표이사 제공

■ ‘통합 돌봄’ 실현을 위한 첫발을 내딛다

부임 후 매일 직원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 한다는 이 대표이사는 재단의 이름에 걸맞게 직원들의 복지에도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행복해야 경기도민이 행복할 수 있다’는 그의 철학을 실현하기 위함이다.

“직원들이 스스로 주인이 돼서 만들어가는 경기복지재단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과 식사하면서 대화를 많이 나누다 보니 재단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직원들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고,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등 직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이 대표이사는 취임 후 두달간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지난 16일 경기도의료원과 맺은 ‘장애인 돌봄통합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꼽았다. 업무협약의 내용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중증 장애인들을 위해 복지·의료 돌봄통합 서비스를 지원하고,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 전문 지원단을 통한 찾아가는 돌봄통합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 때 마을 주치의 역할을 자처했던 이 대표이사에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통합 돌봄’을 제공하는 첫 발을 내디딘 것은 큰 의미로 다가왔다.

“중증 장애인들은 의료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처해 계신 분들도 많으시 잖아요. 우리가 복지를 이야기하면서 그분들의 처지를 외면하면 복지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겠죠. 복지 현장에서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저한테 이런 일들이 맡겨진 것은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터뷰 내내 이 대표이사는 ‘대한민국 헌법 10조’를 언급했다. 모든 국민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것을 보장해야 된다는 내용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소외될 수 있는 취약 계층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단 한 사람의 병사도 부모에게 다시 돌려보내야 된다는 의미에서 복지가 존재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행복할 권리를 추구할 기회를 공정하게 보장해야 된다는 것, 그게 국가와 지방 정부의 책무죠.”

이 대표이사는 경기도의 ‘간병 SOS’와 ‘장애인 기회소득’ 등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복지의 문을 활짝 열겠다는 재단의 목표에 걸맞게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란 포부도 밝혔다. 경기도민을 넘어 국민 모두가 행복할 권리를 추구할 수 있는 세상은 그가 꿈꾸던 ‘대동세상’과 대동소이해 보인다.

“경기도 복지현장의 목소리를 복지정책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저의 작지만 열정적인 경험을 경기복지재단의 변화와 혁신에 녹여내고자 합니다. 경기복지재단이 대한민국 복지의 문을 활짝 열고, 도민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용빈 대표이사는?

▲1996년 전남대 의학과 졸업

▲광주비정규직센터 이사장(2013~2016년)

▲광주이주민건강인권센터 이사장(2013~2017년)

▲시민플랫폼 나들 대표(2014년 10월~2016년 2월)

▲21대 국회의원(광주광역시 광산구 갑,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2021년 5월~ 2022년 3월)

▲경기복지대단 대표이사(2025년 2월~)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