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남동구, 5년째 개체수 파악 커녕 ‘이주대책’ 손놓아

올해 하반기 철거될 예정인 옛 구월농산물도매시장에 길고양이들이 무리지어 살고 있다. 인천시 등 관계기관은 길고양이 이주대책 등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
주말마다 인천 남동구 옛 구월농산물도매시장에는 길고양이 밥을 챙기는 시민들이 모인다. 구월동에 있던 농산물도매시장이 남촌동으로 자리를 옮긴 2020년 3월부터다.
지난 주말인 26일에도 사료를 실은 수레바퀴 소리가 가까워지자 곳곳에서 길고양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약 6만㎡가 넘는 이곳에는 10여개의 배식대가 마련돼 있었다.
최소 50여마리의 길고양이가 목격되고 있다. 상인들이 키우던 고양이 중 일부가 남아 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길고양이 이주 대책 필요성은 5년 전 시장이 이사할 때부터 제기됐다. 당시 인천시와 남동구는 개체 수를 파악하고 관련 대책을 논의(2020년 2월11일자 7면 보도)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흐지부지됐다. 이 일대 개발 시행사인 롯데쇼핑은 지난달 남동구에 시장 부지 내 건축물을 해체(철거)하겠다는 허가 신고서를 제출, 올해 하반기 철거를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5년째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고 있다는 한 시민(58)은 “건물 지하에도 고양이들이 살고 있지만 워낙 어두워 수를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지하에는 주로 출산을 한 어미와 새끼들이 모여 산다”고 했다. 이어 “건물 해체가 이뤄지면 고양이들이 속수무책으로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 농축산과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재개발 등 철거가 이뤄지는 지역에서 길고양이 이주 방사가 필요한 경우 공사 전 철거업체와 협의를 거친다”면서도 “구월농산물도매시장의 경우 철거가 지연되며 이주대책 등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조급하게 이뤄지는 이주 방사는 고양이들의 생존율을 떨어뜨릴 수 있어 최선의 방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체 수가 늘어나지 않도록 중성화 수술을 시키는 게 시급하고, 차도 등 위험이 없는 곳으로 배식 장소를 서서히 옮겨가며 서식 공간을 바꿔가야 한다”고 했다.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