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남동구, 5년째 개체수 파악 커녕 ‘이주대책’ 손놓아

지난 26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옛 구월농산물도매시장 부지에서 길고양이들이 이동하고 있다. 옛 구월농산물도매시장은 올해 하반기 건물 철거가 예상되고 있어 이주 대책논의가 시급한 실정이다. 2025.4.2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지난 26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옛 구월농산물도매시장 부지에서 길고양이들이 이동하고 있다. 옛 구월농산물도매시장은 올해 하반기 건물 철거가 예상되고 있어 이주 대책논의가 시급한 실정이다. 2025.4.2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올해 하반기 철거될 예정인 옛 구월농산물도매시장에 길고양이들이 무리지어 살고 있다. 인천시 등 관계기관은 길고양이 이주대책 등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

주말마다 인천 남동구 옛 구월농산물도매시장에는 길고양이 밥을 챙기는 시민들이 모인다. 구월동에 있던 농산물도매시장이 남촌동으로 자리를 옮긴 2020년 3월부터다.

지난 주말인 26일에도 사료를 실은 수레바퀴 소리가 가까워지자 곳곳에서 길고양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약 6만㎡가 넘는 이곳에는 10여개의 배식대가 마련돼 있었다.

최소 50여마리의 길고양이가 목격되고 있다. 상인들이 키우던 고양이 중 일부가 남아 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길고양이 이주 대책 필요성은 5년 전 시장이 이사할 때부터 제기됐다. 당시 인천시와 남동구는 개체 수를 파악하고 관련 대책을 논의(2020년 2월11일자 7면 보도)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흐지부지됐다. 이 일대 개발 시행사인 롯데쇼핑은 지난달 남동구에 시장 부지 내 건축물을 해체(철거)하겠다는 허가 신고서를 제출, 올해 하반기 철거를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짐싸는 구월농산물시장 '집사 잃은 길냥이들'

짐싸는 구월농산물시장 '집사 잃은 길냥이들'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고양이들을 돌볼 손길이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10일 찾은 인천 구월농산물도매시장에는 거리에 쌓여 있는 야채 박스 사이로 각양각색의 길고양이들이 눈에 띄었다. 길고양이들은 적어도 10년 이상 이곳에 터를 잡고 살고 있다는 게 시장 상인들의 얘기다. 시장 상인 김명희(57)씨는 "내가 거뒀던 길고양이가 새끼를 낳으면 그걸 또다시 키워왔던 게 어느덧 10년째"라며 "여기에 사는 고양이가 많은데 상인들이 떠나면 어떻게 살아갈지 모르겠다. 구청이든 시청이든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고양이는 자신이 머물던 영역을 쉽게 떠나지 않는 특성을 갖는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은 길고양이가 이대로 도매시장 터에 머물면 시장 철거·개발 공사 과정에서 다치거나 죽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구월농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해 길고양이들의 사료를 챙기고 있는 인천길고양이협회 회원 조미선(52)씨는 "시장에 사는 길고양이가 250마리가량 되는데, 이대로 시장을 철거하면 대부분 고양이가 굶거나 다쳐서 죽을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구청, 시청에 민원을 넣으며 해법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했다.인천시와 남동구는 구월농산물도매시장 이전에 대해 길고양이의 안전을 우려하는 민원이 지속되자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우선 시장에 있는 길고양이 상당수가 중성화도 안 된 상태라 길고양이가 무분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시에서 남동구에 중성화수술 사업비를 추가 지원할 예정"이라며 "길고양이의 안전을 우려하는 주민들 입장은 물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다양한 방안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https://www.kyeongin.com/article/1485706

5년째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고 있다는 한 시민(58)은 “건물 지하에도 고양이들이 살고 있지만 워낙 어두워 수를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지하에는 주로 출산을 한 어미와 새끼들이 모여 산다”고 했다. 이어 “건물 해체가 이뤄지면 고양이들이 속수무책으로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 농축산과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재개발 등 철거가 이뤄지는 지역에서 길고양이 이주 방사가 필요한 경우 공사 전 철거업체와 협의를 거친다”면서도 “구월농산물도매시장의 경우 철거가 지연되며 이주대책 등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조급하게 이뤄지는 이주 방사는 고양이들의 생존율을 떨어뜨릴 수 있어 최선의 방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체 수가 늘어나지 않도록 중성화 수술을 시키는 게 시급하고, 차도 등 위험이 없는 곳으로 배식 장소를 서서히 옮겨가며 서식 공간을 바꿔가야 한다”고 했다.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