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심규섭 의원의 사망으로 내달 8일 실시될 안성 보궐선거는 장관과 3선 국회의원을 거친 관록의 정치인에 맞서 신예 여성 정치인의 맞대결 구도가 될 전망이다.

지난 4·13 총선에서 쓰라린 패배를 맞본 한나라당 이해구(64) 전의원이 '설욕전'을 벼르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에선 비명에 간 남편의 명예회복을 기원하는 심 전의원의 부인 김선미(41)씨를 일찍이 낙점, 삼복더위만큼 뜨거운 전선이 형성돼 있다.

따라서 4선에 재도전하는 이 전의원의 '설욕전'이 될 것인지, 남편의 뒤를 이어 김씨가 '심씨' 일가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치안본부장과 경기도지사, 내무부장관을 거쳐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 전의원은 일찌감치 후보로 결정돼 4선 고지 탈환에 시동을 건 상태다.

지난 4·13 총선에서 예상치 못한 패배로 경기도 정치권 맹주 자리를 놓친 그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군으로 이름이 올랐지만 총선에서 낙선한 '죄인'(?)이 돼 양보할 수밖에 없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동안 주춤했던 정치행보를 접고 원외이면서도 한나라당 최고위원에 출마하는 등 재기를 도모해왔다.

이 전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패할 경우 자신의 정치생명이 위태로울 뿐만 아니라 세대 교체론의 바람이 불 수도 있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배수진을 치고 있다.

이에 맞서 숙명여대와 대학원 약학과를 졸업하고 민주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김 씨는 비명에 간 남편이 못다한 꿈을 이루겠다는 당찬 포부와 함께 정치권의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주장하며 지역을 누비고 있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시장후보가 패했지만 여성표 및 고인이 된 남편의 지지 세력, 민주당 성향 유권자의 힘을 모을 수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보수적이지만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인물을 요구하는 안성지역에서 첫 여성 국회의원 후보를 내세웠다는 것 자체가 이 전의원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고 판단, 이 부분에 역점을 두고 있다.

생활 정치를 실현하겠다며 출마를 선언한 정치 신인 김씨와 다시한번 안성 발전의 도약을 열겠다는 3선 정치 경력의 이 전의원, 이들의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에 주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