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이후 할리우드에 「화장실 유머」를 듬뿍 담아낸 코미디영화가 대유행이다.

「오스틴 파워」(24일 개봉)는 그런 유머를 앞세워 3주동안 박스오피스 정상에서 빛나던 「별」(스타워즈)을 끌어내렸다.

「오스틴 파워」는 유머도 그렇지만 내용도 인류 최고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도덕」과 「이성」을 짓뭉갠다.

한마디로 세상사가 너무 엄숙하고 도덕적이어서 심히 질식할 것 같은 이들에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다. 무조건 웃겨만 준다면 「O.K」할 수 있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전제조건은 일단 정신연령을 대폭 낮추는 것(그래도 말도 안되는 얘기들이 즐비하지만). 시사회에 참가한 관객들의 반응이 「너무 웃긴다」와 「오히려 썰렁하다」로 양극단을 오고갔다는 사실도 유념하시길.

주인공인 첩보원 「오스틴」의 「파워」는 여자들이 혼을 빼놓는 강력한 성에너지 「모조」. 추남에 가까운 외모, 바보스러운 행동, 매력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오스틴이지만 「모조」덕택에 악당 닥터 이블을 격퇴한다.

영화는 상식적인 첩보원의 모양을 뒤짚어버리고 이블마저도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

이밖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정상인의 눈으로 보면 하나같이 비정상적이다. 섹스가 주임무인 여자 CIA요원 색웰, 사사껀껀 방해하는 이블의 X세대 아들, 이블의 하수인으로 잠시도 먹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거인 팻등등. 이런 인물들이 충돌하면서 영화는 「화장실 유머」를 질퍽하게 쏟아낸다. 오물먹기, 항문에 추격장치 달기등이 대표적.

영화의 특징은 이런 유머에다 유명인물및 영화에 대한 패러디를 근간으로 하는 SF를 덧붙였다는 점. 닥터 이블이 달기지에 레이저빔을 설치하는가 하면 타임머신을 타고 69년으로 되돌아가 오스틴의 「모조」를 훔쳐낸다는 것등이다.

이처럼 상식뒤짚기와 패러디및 농담을 SF로 버무린 「오스틴 파워」는 황당하고 일탈적이지만 결코 밉지않은 이상야릇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이크 마이어스라는 배우가 오스틴 이블 팻등 1인3역을 해냈다.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