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꽃비 내리는 저물녘에 / 노스님 헛기침소리가 들린다 // 허허한 산 하나 / 속을 태우더니 / 이젠 허물로 흘러내린다. // 꽃무덤 쌓는 일만 남았다.』(연작詩 「그림자·2」)

송세희씨(47)의 첫시집 「가을진달래」(천산 刊)에는 계절에 농익은 산자락이, 빛과 그늘이 흐르는 하늘이, 그리고 그 자연속에서 허물을 벗는 그녀의 가슴이 들어서 있다.

지난 95년 「자유문학」 시부에 당선된 신인. 그러나 그녀의 시세계는 허무의 그림자를 벗어나 관조의 선(禪)의 세계에 다가서고 있다.

그녀가 그려내는 시의 화폭위에서 자연은 살아 꿈틀거리는 그대로의 생명이다. 그녀는 그 생명에 색을 입히고 소리를 더해 또 하나의 그림을 그려낸다. 「의미의 전락」이 아닌 「되살림의 미학」이다.

『붉고 푸른 점박이의 얼룩언덕배기 / 한지문틈새로 저녁숟가락소리가 흘어나오는 마을 / 그림자 일렁이는 골목안 마당을 오르면...』(「밤기차 타기」 중에서)

시집 「가을진달래」에 실린 74편 작품마다에는 감각적인 시어들이 넘친다. 특히 뚜렷한 색감을 바탕으로 한 시각적 표현은 그녀의 작품에 생명감을 불어넣고 있다. 그녀는 이러한 생명감을 통해 빠져들기 쉬운 허무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림자」 「바람난 봄」 「마이산봉」 등 세가지 주제로 열네편의 연작시를 선보이고 있는 제1부를 비롯해 전체 여섯부로 나뉜 이번 시집의 작품들 대부분은 자연의 움직임이나 자연과의 교감을 소재로 삼았다. 이는 『삶의 질곡에 얽혀들지 않고 자신을 비우는 작업이며 혼을 정화시키는 작업으로 시를 쓴다』는 그녀의 남다른 시작(詩作) 동기에 의한 것이다.

그녀는 이번 시집을 출간하며 그동안 써왔던 작품들을 모두 버렸다. 이번 시집에 그동안의 삶을 마무리하는 의미를 담았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의 자세로 돌아가 새 작품을 쓰겠다』는 그녀는 『누구든지 읽으면 가슴이 저려오고 혼이 맑아지는 작품을 쓰는 것이 작가로서의 바램』이라고 전했다.
/朴商日기자·psi2514@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