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 베르나르의 소설 「아버지들의 아버지」, 이현세의 만화 「천국의 신화」에는 호모 사이엔스 이전 인류의 성행위가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다. 원시와 본능 그리고 상상력이 결합된 그 행위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절박한 자연법칙이며 이성의 개입을 가로막는다.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은 「샤만카」(9월 4일 개봉)에서 이런 인간의 행위를 인류생존을 지탱해온 「성스러운 본능」이라고 갈파한다. 그러나 그것은 전제조건일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성스러운 본능」에는 치명적인 독소가 스며들었다. 「본능」을 다스리고 사회질서를 이뤄내는 「이성」이다. 이성의 힘으로 제어하지 못할만큼 나아가버린 성적 본능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샤만카」(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여자 주술사라는 의미)는 이런 「성스러운 본능」과 「치명적인 본능」사이를 오고간다. 인류학 교수 미셸은 한 여대생를 처음 만나는 순간 맹목적인 충동에 사로잡힌다. 무언가에 @기는 듯한 불안한 걸음걸이와 거친 못짓, 문명바깥 야생의 냄새를 풍기는 이 여대생(극중 이름이 없다)에게서 미셸은 이성을 파괴하는 본능을 감지한다.
미셸이 「성스러운 본능」이라고 얘기하는 여대생과의 관계묘사는 「쿵쿵쿵」 가슴을 파고드는 원시적인 배경음악과 맞물려 성표현의 한계를 논해야 할 만큼 충격적이다. 팔을 좌우로 뻗어 맞잡은 십자가모양의 체위나 무아지경에 빠져 신들린 것같은 여대생의 표정을 잡아내는 카메라의 각도는 매우 노골적이다. 여대생이 미셸에게 즐거움을 준다며 자신의 음모를 깍어버리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은 인간의 성행위 원리와 유사한 「유체역학이론」및 성행위로 죽은 「남자주술사 미이라」까지 내세워 「성스러운 본능」 「자연법칙으로서의 본능」을 역설한다. 그러나 이런 본능은 또다른 본능인 소유욕, 그리고 본능의 반대편에 위치한 이성과 맞닥뜨리면서 치명적인 본능으로 돌변한다. 이성의 힘으로 본능에서 빠져나오려는 미셸을 살해하고 그의 뇌를 소유하는 장면은 이 영화가 얘기하고자 하는 핵심이며 충격 그 자체다.
「퍼블릭 우먼」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등의 전작에서도 인간의 본능에 집착해온 폴란드의 노장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은 한때 프랑스에서 망명생활까지했다. 공산주의로 표현된 인간이성에 대해 짙은 회의를 품고있을 법하다. 「샤만카」는 이런 이성에 대한 노장 감독의 노골적이고 파괴적인 성적은유처럼 다가온다.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
안드레이줄랍스키감독새영화"샤만카"
입력 1999-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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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8-2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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