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얼굴은 그 사람을 함축하고 있다. 생김생김의 반듯함이나 비뚤어짐과는 상관없이, 얼굴은 지나온 세월과 삶의 편린들을 말없이 증거한다. 얼굴이 그 소유자를 떠나 「인간의 얼굴」 그 자체로 우리와 정면으로 부닥칠 때 인간이란 무언가에 대해 생각케 되는 것은 이때문이다.

안광수는 대학졸업후 10년만에 갖는 첫 개인전을 「얼굴(FACES)」들로 채웠다. 그것도 흙으로 빚은 얼굴이다. 온갖 혼성과 융합이 판을 치는 세기말, 흙과 얼굴이라는 가장 고전적인 재료와 소재는 오히려더 강한 울림으로 인간과 예술을 생각케 하는지도 모른다.

작품은 사실묘사적인 고전기법에 충실한 것이 있는가 하면 단순·변형된 얼굴과 덩어리진 두상으로 조형성을 강조한 것도 있다. 특히 몰입한 상태에서 직관적 손놀림으로 대상을 추상해낸 작품은 서예의 일필휘지(一筆揮之)와 상통하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보다 강렬한 것은 작품에 일관돼 흐르고 있는 따뜻한 슬픔과 작가의 내성(內省). 「꽃이 되고픈 아이는 거욹속의 꽃을 매일 만나네. 얼굴 속에 숨어있는 또 하나의 얼굴」로 시작해 「구도자.뿌리.산!...」으로 맺은 자서는 작업중 사고의 흔적과 흐름을 알 수 있게 한다.

같은 조각가인 오상일씨는 『예술에 있어서의 구별이 아무리 모호해져 가고 있는 요즘이라 해도 예술가는 엔터테이너와 다르며 예술은 키치와 다른 것이다』며 『안광수 조각의 정통성, 적자성(嫡子性)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작가는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미술협회,조각가협회,홍익조각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암미술관(0344_962_9214,고양시 벽제동)기획초대전으로 9일부터 22일까지 열린다. /柳周善기자·j@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