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 동화와 설화의 세계를 전통 민속미술의 기법으로 표현한 「박성희 조각전」이 30일까지 수원 갤러리 아트넷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우선 청(靑) 백(白) 적(赤) 흑(黑) 황(黃)의 오방색을 주조로 한 강렬한 색감이 눈길을 붙든다. 언뜻 어린시절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몰래 엿본 당집을 연상케 하는 채색이다. 또 나무의 생김새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꼼꼼하게 다듬고 깎아 만든 형상들에서는 장승과 솟대를 쉽게 기억할 수 있다.

하지만 형태와 색채는 작가가 진정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작가는 오히려 그 형과 색에서 우리 민족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고자 할 따름이다. 그래서 작품이 소곤거리는 이야기는 자연과 인간이 하나였던 시대, 현대인이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마음이다. 「회상록」이란 일관된 제목은 이를 암시한다.

예를 들면 「어느 물고기의 운수대통」이란 부제의 작품에선 폭포에 떨어질 뻔한 물고기가 소녀의 도움으로 버젓이 살아났고, 「AD48 허부인과의 만남」은 묵직한 의미를 지닌 설화가 역사속으로 뛰어든 장면을 상징하고 있다. 느긋한 해학이 녹아있는 우리의 심성과 철학을 되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단순하고,재미있고,음미하면 할수록 깊은맛이 나는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말했다. (0331)252_3959
/柳周善기자·j@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