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이 꺼리는 길, 하지만 누군가는 나서야하는 길을 가는 것은 분명 외롭고 힘든 일이다. 한국영화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스릴러」장르가 그렇다. 요 몇년사이에 「블랙잭」 「올가미」말고 스릴러가 또 있었나!
13일 개봉하는 「텔미썸딩」은 한석규 심은하 그리고 「접속」의 장윤현 감독은 일단 접어두고 「스릴러」라는 점에 우선적인 관심을 가져볼만한 영화다. 거기다가 엽기적이고 잔혹한 상황들을 도발적인 영상으로 표현하는 「하드 고어」를 덧붙였다. 종합하면 「하드고어 스릴러」. 한국영화로는 처음 시도된 장르다.
「텔미썸딩」은 「나서야하는 길」에 발을 들어놓은 영화라는 점에서 일단 후한점수를 받아왔고 관객들의 관심도 높았다. 전체적인 영화의 수준도 이런 관심을 충족시켜줄만 한 것이다. 정교하게 6등분된 남자 3명의 토막사체들이 뒤섞인체 한강고수부지, 병원 엘리베이터등에서 발견된다. 죽은 남자들은 모두 유명화가의 외동딸로 부 지성 미모를 다갖춘 채수연(심은하)과 관련있는 인물들이다.
영화는 크게 「엽기적인 연쇄 살인사건」과 이를 수사하는 「조형사(한석규)의 채수연에 대한 연민」이라는 두 개의 축이 맞물리며 전개된다. 엽기적인 살인사건은 극장문을 나선뒤에도 속이 매쓰거울 정도로 잔인하다. 매우 세밀하게 제작된 인조사체를 이용한 살인장면은 한국영화중 가장 정교하다해도 토을 달수 없는 수준을 보여준다.
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하며 자란 채수연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조형사는 채수연에게 연민을 갖게된다. 「조형사-채수연」 부분은 비교적 긴박하게 전개되는 살인사건에 비해 긴 호흡을 가져갔다. 이는 잔혹한 살인을 완회시키는 한편 할리우드 스릴러와 차별을 두는 멜로의 배합으로 읽힌다. 하지만 밀폐된 공간, 어둠, 비, 사진등 할리우드 스릴러의 전형적인 공식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다.
「살인사건」과 「연민」이라는 이같은 전체적인 흐름은 집중력을 가진탓에 관객들이 빨려들만하다. 문제는 「스릴러」 특유의 복선과 반전이다. 영화는 채수연의 남자친구, 여자친구등을 범인으로 몰아가다 클라이막스에서 큰 반전을 이룬다. 그런데 최후의 반전을 위한 사전 복선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데다 엽기적인 살인의 동기도 명확하지 않아 반전의 묘미를 살리지 못했다.
상황에 대해 좀 더 치밀하고 해석가능한 장치들을 배치, 관객들이 놀라움에 무릎을 칠수있도록 배려했어야 했지 않느냐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하드고어 스릴러」라는 미지의 장르에 어렵게 도전, 일정한 성과를 거둔 감독과 배우들은 박수받을만 하다.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
스릴러영화 "텔미썸딩" 13일개봉
입력 1999-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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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1-1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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