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정풍(鄭風)'으로 불리는 무소속 정몽준 의원의 대선 지지도가 급상승하자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대선후보측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 의원은 최근 SBS를 비롯, MBC 동아일보 등이 전문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신당 후보로 나설 경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앞지르고 있으며, 신당 후보 선호도에서도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측은 일단 겉으로는 태연한 모습이지만 속내는 표분석 및 대책마련 등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정의원의 지지도가 불과 몇달 사이에 2~3배나 급등한 것이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지난 봄 국민경선 당시 일으킨 '노풍(盧風)'과 매우 흡사하다고 보고 배경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특히 최근 정국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된 '병풍'으로 인해 정 의원의 상승세에 비추어 볼때 앞으로 이 후보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개연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 이 후보측은 '정 의원이 대선 후보로서 본격적인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김영일 사무총장은 “'정풍'은 전혀 실체가 없는 것이어서 지지도 등락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민생을 챙기고 민심에 다가서는 행보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측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 후보측은 정 의원의 지지도 상승은 월드컵 열풍 효과에 '이회창, 노무현에 대한 실망 이탈층'을 비롯한 무당파층 흡입, 신당 흐름을 반영한 여론조사 기법상의 문제, '한번 뜨면 계속 지지가 관성적으로 보태지는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서 “거품이 많이 포함돼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노 후보 자신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잇단 여론조사의 각종 지지도 수치에 대해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이같은 기류를 대변했다.

그러면서도 노 후보측은 정풍의 기세가 일정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와 관련해 당내 반노(反盧)·비노(非盧) 세력이 명분확보와 입지강화 발판으로 삼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모습이며 정 의원과의 재경선 가능성에 대비, 조직을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