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은 남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한 것은 아니었다. 이땅의 여성들도 전쟁의 참혹한 현실속에서 참담한 고통을 겪어내야 했다. 그중에서도 흔히 「양공주」로 불렸던 여성들은 참담한 생활조건에 사회의 멸시에 찬 시선까지 받으며 가장 밑바닥의 삶을 강요받아야 했다.
부천의 문인 최은휴씨가 최근 발간한 장편소설 「여자가 담을 넘었을때」(라이프 刊)는 전쟁의 이면에서 미군들을 상대하며 참담한 고통을 겪었던 이런 「양공주」를 소재로 다룬 작품이다.
최씨는 그녀들이 겪었던 삶의 고통을 생생하게 다룬 이번 작품을 통해 우리가 간과하고 지났던 전쟁의 아픈 이면을 되짚어 냈다. 피란민을 상대로 미군들이 벌인 잔혹한 범죄들. 거칠고 상스러운 미군들에게 날마다 몸을 팔아도 밑바닥 인생을 벗어날수 없었던 이땅의 여성들.
그 비극어린 삶의 여정을 겪어낸 여인이 과거를 되돌아 보는 형식을 띠고 있는 이 소설을 통해 저자는 아직도 아물지 않은 전쟁의 아픈상처를 새로운 시각으로 평가할 것을 역설한다.
『그녀들의 삶은 그당시로서는 유일한 달러벌이였다. 그리고 그녀들은 자기 한몸을 희생해서 가족을 부양했을뿐 아니라 이웃의 아녀자들을 외국군인들의 횡포로 부터 막아주는 보호막의 역할도 했다.』
저자는 사회의 멸시에 찬 시선을 받아가며 힘겨운 삶을 살아갔던 그녀들과 풍요로움이 지나쳐 우울증까지 일으키는 현재의 여인들을 비교함으로써 허욕에 찬 우리들의 삶을 지탄한다. 적응할 사이도 없이 변해가는 지금의 가치관을 추적하면 해방과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가 있음을 지적한다.
역사의 굴곡을 겪으며 삶을 지탱해온 여인들. 그 여인들을 고난을 바탕으로 풍요의 기쁨을 누리는 우리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과거 이땅에는 자신을 희생하며 모두를 살려낸 한맺힌 여인들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우리에게 역설하고 있다.
/朴商日기자·psi2514@kyeongin.com
작가 최은유 장편 소설 발간
입력 1999-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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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1-2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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