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현재 서울 만을 돌파한 「흥행」도 괜잖은 편이지만 「논쟁」만을 따로 놓고 볼때 「텔미썸딩」은 이미 한국영화 최고기록을 돌파했다. PC통신이나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논쟁의 열기는 가히 용광로.
연쇄살인범 살인동기 주변인물등 영화에 관한 거의 모든게 논쟁의 대상이다. 논쟁에 만족하지 못한 네티즌들은 주인공들의 비밀편지에다 감독버전까지 들먹이며 영화가 보여주지 않은 뒷면까지 해부하려 하고 있다. 하나의 의견이 조회수 1천회를 넘기기도 하는 이런 현상은 한국영화사상 분명 처음있는 일이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논쟁의 한 복판에 선 장윤현 감독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얘기(시나리오)를 만드는 일은 영화를 하면서 가장 즐거운 것중 하나다. 그 재미를 관객들도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조형사(한석규)가 사건을 만나는 과정속에 갖가지 단서를 제시하고 관객들이 그 단서에 대해 거꾸로 의문을 갖고 추측하는 재미, 즉 범인과 관련된 여러 얘기를 관객들이 짜맞춰 나가는 재미를 처음부터 의도했다』.
장감독은 애당초 범인과 사건을 상세히 설명해주는 할리우드 스릴러에 익숙한 관객들은 불편해 할 수도 있는 「텔미썸딩」을 기획했던 것이다. 「관객에게 여러가지 카드를 던져 추리하게 만드는 영화」라는 한 네티즌의 평가는 그런 의미에서 명쾌하다. 그냥 보고 끝나는게 아니라 극장문을 나서면서 바로 영화에 대해 얘기하는 논쟁을 의도했던 장감독 역시 명쾌하게 성공한 셈이다.
그리고 장감독은 이런 논쟁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얘기한다.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각도로 영화를 해석한 글을 보면 놀랍고 긴장된다. 「접속」에 이어 이번 영화의 화두도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이었는데, 한 네티즌이 「단절」에 대해 조목조목 분석한 글을 올렸다. 그 글은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한 깊숙한 부분까지 건드렸다』.
장감독은 또 이런 논쟁과 관심에 보답한다는 의미에서 「연출노트」를 책이나 인터넷으로 공개할 계획도 세웠다. 『다양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지금의 관객들과 호흡을 같이하고 그들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영화를 추구한다』는 장감독의 다음 화두는 「21세기형 영웅」이다. 「접속」과 「텔미썸딩」 두 편으로 관객을 휘어잡은 장감독 역시 이미 다음 세기 한국영화계를 이끌어갈 「영웅」으로 떠올랐다.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
영화 텔미썸딩 감독 장윤현씨인터뷰
입력 1999-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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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1-2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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