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직의 '혈(血)의 누(淚)'와 최남선의 '해(海)에게서 소년에게'로부터 이우혁의 사이버 소설 '퇴마록'까지.
식민지 시대와 한국전쟁, 군사정권과 민주화 항쟁으로 얼룩진 한국의 모습처럼 20세기 한국문학은 시대의 고뇌를 짊어지며 격동과 파란의 한세기를 보냈다.
한국의 근·현대문학이 싹을 피우기 시작한 것은 1900년대 초 개화의 바람을 타고 새로운 성향의 시와 소설이 발표되면서 부터.
그러나 이 당시의 소위 '신소설'들은 흥미본위의 전개에 의존적인 개화사상을 담은 저급한 통속문학으로 전락한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나선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무정'(1917)의 이광수. 이광수는 식민지 지식인의 내면적인 고민과 시대의 문제를 소설로 승화시켜 한국 근·현대소설의 새 장을 열었다. 신소설과 함께 등장한 '신체시'는 전통적인 율격에서 벗어나 표현의 자유로움이라는 새 장을 열었다.
본격적인 신문학운동이 전개되기 시작한 20년대는 연이어 창간된 문학동인지와 신문을 발판으로 문학활동이 궤도에 오른 시기. '창조'와 '폐허' '백조' 등 문학동인지를 통한 순수문학과 사회주의 계열인 '카프'의 대립속에서 시인 김소월과 한용운은 민족적 정서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한국문학사에 한 획을 긋는다.
이후 '시문학'이 등장한 30년대는 정지용·김영랑·김기림·김광균·이상 등 이 등장하는 시 전성시대. 여기에 홍명희·현진건으로 대표되는 역사소설과 이광수·심훈·김유정의 농촌소설이 소설문학의 맥을 잇는다.
광복이후 극단적인 좌·우대립 속에서 한국전쟁을 맞은 50년대 한국문단의 주된 소재는 전쟁이후의 무기력하고 절망적인 상황. 이범선의 '오발탄'이나 손창섭의 '잉여인간' 등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경향은 50년대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룬다.
한국문학이 현대문학으로 결정적인 전환을 맞은 것은 60년 분단문학의 새 장을 열며 등장한 최인훈의 '광장'으로부터. 4·19와 5·16으로 이어지는 격변기에 등장한 최인훈·김승옥·김수영·신동엽·전혜린 등은 인간의 내면세계를 지적이고 세련된 문장으로 표현하는 새로운 기법으로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혔다.
이후 70년대는 황석영·박경리·윤흥길·최인호·조해일·김명인·김지하 등 사실주의적 성향의 걸출한 문인들이 등장한 시기. 이러한 경향은 80년대 저항시와 분단문학으로 이어지며 박노해·김남주·조정래·윤정모·임철우 등이 배출된다.
80년대 들어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 중 하나는 '밀리언셀러'의 등장. '베스트셀러 제조기'라 불리는 이문열을 비롯해 박경리·황석영·조정래·정비석·서정윤 등 밀리언셀러 작가들은 '배고픈 문학시대'를 마감하며 문학출판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20세기의 마지막을 장식한 90년대는 문학에서 이념이 사라지고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대중문학이 독자들을 휩쓴 시기. 신경숙·은희경·유하·김소진·장정일·윤대녕 등 신세대 작가들과 '퇴마록'으로 대표되는 사이버 소설은 대중매체의 바람을 등에 업고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90년대 한국문학은 아쉽게도 60~80년대 전성기와 같은 '걸작'을 낳지 못한채 우울하게 한세기를 마무리하고 말았다.
/朴商日기자·psi2514@kyeongin.com
20세기 한국문학계의 계승과발전
입력 1999-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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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2-3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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