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민간 설화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대표적 설화를 꼽으라면 '심청전'을 들 수 있다.
인천 백령도를 무대로 펼쳐지는 소녀의 아름다운 효(孝)이야기. 특히 지난해 10월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에 심청각과 심청상이 건립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이 설화가 인천작가에 의해 대형 뮤지컬로 각색됐다.
지난 98년 '훈할머니' 이야기를 처음 극화한 작품 '데이신따이'를 발표해 언론의 관심을 끌었던 오성근씨(61)가 최근 탈고를 마친 '누가 심청의 손에 연꽃을 주었는가'.
전 5막11장으로 구성된 이 극본은 그동안 많은 극작가들에 의해 연극화됐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단순한 교육극 형식을 뛰어 넘어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것이 특징. 심청이 앞못보는 아버지 심봉사의 개안(開眼)을 위해 공양미 3백석에 몸을 팔고 인당수에 몸을 던진 후 연꽃안에 환생, 왕자와 결혼하고 잔치에 초대된 심봉사가 눈을 뜬다는 내용을 완전히 각색했다.
대충의 줄거리는 이렇다. 심청이가 중국사람들에게 의해 공양미 3백석에 몸을 판다는 부분까진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심청설화와 같다. 그러나 심청이는 중국사람들에 의해 관에 눕혀져 인당수에 던져지고 중국에 볼모로 잡혀 있다가 돌아오는 왕자에 의해 건져져 궁궐에 들어가게 된다. 아버지에 대한 지극한 사랑에 감명 받은 왕자는 심청과 결혼을 약속하지만 정권쟁탈과 중화사상에 물들어 있는 중신들에 의해 다시 중국에 볼모로 끌려가게 된다. 아버지에 대한 소식을 알지 못하고 사랑하던 왕자의 중국행으로 좌절한 심청은 다시 인당수에 몸을 던지고 모든 시각장애인들이 눈을 뜬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극 말미에는 시각장애를 앓고 있는 아버지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어린 나이에 미국에 입양됐던 한 여인이 심청각을 찾아 고뇌하는 모습이 오버랩되는 옴니버스 구성을 하고 있다.
30여명의 배우들이 출연하는 대형 작품으로 이뤄진 ''누가 심청의 손에 연꽃을 주었는가'는 영상매체를 이용한 첨단 기법이 동원되며 판소리와 탈춤, 사투리 등이 재미와 함께 극적 완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극작가 오성근선생은 “최근 인현동 화재 참사 등의 원인은 결국 심각해지는 가족해체의 결과”라며 “이를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다가 효행을 다룬 심청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 연극협회(지회장·이문형)는 오성근씨의 작품과 관련해 “새천년을 여는 올해 지역주민들을 위한 기획으로 인천지역 연극인들이 합심해 만들면 좋은 작품이 될 것”이라며 “연출자 섭외 등을 마치고 오는 10월 무대에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鄭永一기자·young1@kyeongin.com
설화 "심청전" 대형뮤지컬 각색
입력 2000-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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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1-1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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