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작가회의가 최근에 펴낸 2001년 겨울 제5호 '작가들'이 의미있는 몇 작품을 게재해 주목을 받고 있다.
먼저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통해 도시 빈민들의 문제를 담백한 문체로 그려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혜성처럼 등장한 작가 김중미씨가 두번째 작품 '거대한 뿌리'라는 중편소설을 처음 내놓았다. 또 우리시대의 얘기꾼 황석영씨의 장편소설 '손님'에 대한 조성면씨의 평론도 큰 관심거리다.
김중미씨 자신이 '기차길 옆 공부방'을 운영하며 도시 빈민운동을 벌이고 있는 인천시 동구 만석동을 소재로 한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지난해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서점가를 강타했다. 이 작품을 통해 그녀는 자본주의라는 구조속에서 버려진 도시빈민들의 삶을 여과없이 그려냄으로써 독자들의 오감을 마비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뛰어난 문장력을 동원하지 않고도 독자들을 감동시킨 그녀의 작품은 리얼리즘 문학의 정수라고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그런 김씨가 또다시 이데올로기와 봉건적 관계속에서 가장 소외받는 여성문제를 그려낸 '거대한 뿌리'를 내놓았다. 이 작품은 구조적인 소외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속편이나 다름없다.
만석동 판자촌에서 빈민운동을 하고 있는 나를 통해 아버지의 상습적인 가정폭력을 보면서 자란 정아와 나의 어렸을 적 고향인 동두천 미군부대 양공주 마을의 희생자 윤희를 그리고 있다. 정아는 취직한 회사에서 네팔 청년을 만나 임신하고, 문학도를 꿈꿨던 윤희는 양공주로 전락하면서 흑인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이데올로기와 봉건적 성의 희생자로 전락한다. 그렇지만 나는 네팔 청년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정아를 통해 비극적인 윤희의 아픔까지 껴앉는 절망적인 현실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와함께 조성면씨는 황석영의 '손님'에 대한 평론에서 국민 필독서라고 한껏 치켜 세운다. 뛰어난 문장 놀림과 작품의 구성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면서도 그는 이데올로기와 종교에 의해 총부리를 겨눈 한동네 사람들의 화해 과정에 대한 작품의 불철저성을 지적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이런 점이 작품의 한계가 아니라 통일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 모두의 숙제라고 분단의 아픔을 적시한다. 이밖에 이번 '작가들'에는 지역 문학의 고민을 담은 '지역+지역'이란 기획물이 눈길을 끌고 있으며 이 안씨와 이윤희씨의 아동문학 작품도 풍성함을 더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