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무용단 제51회 정기공연 '본향(本鄕)'(지난 4~5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극장)은 한마디로 갖가지 맛깔의 반찬이 골고루 구비된 잘 차려진 식탁이었다.
이번 공연은 불교의식(영산재)의 무대예술화 작업에서부터 지역에서 전승되는 춤(나나니춤), 궁중무용(만수무), 민속춤과 놀이, 이를 새롭게 해체한 작품(소고춤, 살풀이-멀리있는 무덤, 진도북춤, 메구소리) 등 전통과 현대미가 공존한 레퍼토리에다 출연자들의 면면도 만만치 않아 개막 전부터 무용 전문가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나나니 춤'과 '메구소리' '소고춤'이었다. 메기는 소리와 받는 소리에 맞추어 수십 명의 여성들이 함께 추는 '나나니 춤'은 노래 가사나 가락에서 여인들의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데다 놀이적인 요소가 가미돼 있어 한국 소리 춤의 한 전형을 보여주었다. 무대화하는 과정에서 군데군데 양식화된 느낌이 없진 않았지만 일터에서 느끼는 한국 여인들의 심정을 적당한 해학과 흥취로 풀어내고 있어 그 자체로 훌륭한 소품이었다. 인천을 대표하는 향토 춤으로 모든 인천시민들이 함께 출 수 있도록 재구성, 시민들에게 정책적으로 보급할 필요가 있다.
노종선 인천풍물연구보존회와 인천시립무용단 단원들이 함께 출연한 '메구소리'도 국악관현악에 맞추어 풍물놀이의 상모돌리기 등 기예적인 것과 반고춤 등이 어우러지면서 시각적인 요소를 더욱 살려내는 역동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예술감독 한명옥이 안무한 '소고춤'은 군무진들의 경우 빠른 움직임과 대칭적인 구도로 흥을 밖으로 표출하고, 한명옥의 솔로 춤은 절제된 작은 움직임으로 그 흥을 안으로 담아내는 구성의 대비가 일품이었다. 이는 후에 이어지는 진도 북춤에서의 힘있는 군무와 박병천의 안으로 분출하는 흥취와 맞물려 더욱 상승효과를 가져 왔다.
이번 공연은 인천 지역의 향토 춤과 지역 예술가들이 함께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무대였으며, 질적인 면에서도 일정 수준을 보여주고 있어 문화상품으로서의 가치도 그 만큼 높다. 이와 함께 두 차례의 정기공연을 대형 창작작업과 소품들로 다르게 구성하고, 다양한 기획 공연 등을 통해 시민에게 다가서는 시립무용단의 세심한 운영도 한국의 다른 직업무용단에서는 볼 수 없는 차별화된 모습이었다. /장광열<무용평론가·한국춤정책연구소장>
무용평론가·한국춤정책연구소장>
[공연리뷰] 인천시립무용단 '본향'을 보고
입력 2003-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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