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군 외포리는 짭조름한 젓갈의 비릿함과 뱃사람들 땀 냄새, 그리고 호박 군고구마의 구수함이 후각을 자극하는 곳이다.
강화의 작은 포구마을 외포리의 도당에선 지난 24~26일 3일간 '강화 외포리 곶창굿 원형전거리 재현공연'이 마을굿으로 진행됐다. 개인굿이 죽은 이나 개인의 소망을 비는 것이라면, 마을굿은 마을 주민들의 단합과 단결을 위한 것이다. 때문에 마을공동체 의식을 통해 전승되어 온 마을굿은 현대인의 무관심과 인간소외 문제에 대한 또 다른 해답이 될 수 있다.
곶창굿이 진행된 외포리 당집 앞에는 대동기, 장군기, 뱃기가 순번대로 세워져 있었으며, 기 앞 꽃반상에는 쌀과 탁주가 진설돼 있었다. 이곳에서 뱃기의 축원 행사와 '기내림 굿'의 성스러운 의식이 진행됐다. 꽃반상의 쌀을 지정된 장소에 쏟아 놓고 진행되는 '기내림'은 뱃사람들의 평안과 풍어를 기원하고, 주민의 명과 복, 그리고 풍년 등을 두루 기원하며, 선주에게 공수를 내리는 굿으로, 곶창굿의 중요한 절차이기도 하다.
강화군 외포리 곶창굿은 보존의 필요성이 제기돼 1997년 6월27일 인천 무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돼 2~3년 걸이로 대개 음력 2월에 거행된다. 곶창굿 굿거리는 수살맞이·우물 용왕제·장군거리·선주굿(기내림) 등 3일동안 총 14가지의 순서로 진행된다. 다른 풍어제(豊漁祭)에서 볼 수 없는 작두타기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굿에 사용하는 악기는 장구와 징, 제금으로 타악기가 사용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번엔 태평소와 같은 선율 악기가 추가돼 본래의 가락이 변질됐다는 점이 지적된다. 하지만 세월 흐름과 함께 반주음악은 변화될 수 있는 것이기에 크게 문제될 것은 없으나, 무가 사설의 전통이 원활하게 계승되지 못한 것은 우려되는 점이다.
이번 행사에는 곶창굿 외에도 중요무형문화재 제61호 은율탈춤과 인천무형문화재 제10-나호 범패와 작법무 등 무형문화재 공연과 부대행사로 가훈 써주기, 널뛰기, 투호던지기 등 민속놀이가 함께 열려 축제분위기를 돋우었다.
다양한 행사가 함께 진행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축제의 중심에는 뱃기를 맡긴 선주들과 지역주민들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많은 뱃사람들이 참여하고 그들을 중심으로 진행돼야 비로소 진정한 마을축제로서의 뿌리를 내릴 수 있다.
물론 마을사람들의 노력과 추렴으로 굿의 경비가 마련됐지만, 아쉬운 것은 마을굿이 젊은 사람들에게 전승되고 있지 못하고, 노인들의 잔치로 보여졌다는 점이다. 홍보의 부족과 행정 능력의 어설픔 등이 지적되며, 이는 지역축제로서 자리 잡기 위해서 우선 개선해야 될 점이다.
강화군 외포리 곶창굿은 마을굿의 전통을 올곧게 잇고 있는 전국의 마을굿중 으뜸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옛 모습을 담고 있는 곶창굿은 마을굿으로서 활화석으로 평가되며, 작은 마을의 지역 축제로서가 아니라 온 국민이 주목해야할 가치 있는 마을굿으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지역주민들은 알고 있을까? /음악평론가 현경채 (문화예술위 전통예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