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대학」을 지향하는 인천대(총장·金學俊)가 12일로 개교 20주년 및 시립화 5주년을 맞는다.

특히 인천대의 시립화는 학내구성원은 물론 인천시민의 개혁의지가 일궈낸 「작품」인 만큼 시민들의 감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인천대 시립화 5주년의 의미와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본다.(편집자 註)

『학내분규가 한창일 땐 책걸상이 강의실 밖에 내팽긴 채로 있고 상당수 학생들은 수업일수를 채우기 위해 선 채로 강의를 받기 일쑤였지요. 그 당시 학교가 폐교되리라 예상하고 등록금을 찾아 자퇴한 학생들도 있었는데 지금은 무척 후회하고 있답니다』

한 교수의 말속에서 인천대의 어제와 오늘을 엿볼 수 있다.

그 만큼 인천대의 시립화는 비리와 분규로 얼룩졌던 「선인학원」시절을 말끔히 씻고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인천대는 지난 79년 3월12일 「인천공과대학」으로 출범했다.

그러나 개교직후 부터 재단측의 부정과 비리로 인해 파란의 역사를 걷기 시작했으며 이는 곧 인천교육의 불행으로 이어졌다.

개교 2년째인 81년 사학비리와 관련해 선인학원이 국가에 헌납됐는가 하면 학내사태로 인해 교육부에선 관선이사를 파견했다.

86년엔 급기야 국내 교육 사상 초유의 휴교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런 우여곡절 속에서도 인천대는 88년 종합대학으로 승격했다.

그러나 92년 또 다시 학내사태로 관선이사가 파견되는 등 어려움은 그치지 않았다.

파행적인 학사운영 속에 교육환경은 피폐할 수 밖에 없었고 대학으로서의 기능은 이미 상실한 상태였다.

이같은 「오욕의 역사」를 바꾼 것은 시립화였다. 지난 94년 3월 교수, 학생 등 학내구성원의 개혁의지와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 그리고 인천시의 결단이 한 데 어울어져 만든 것이다.

이처럼 숱한 어려움 속에 시립화를 이루기 까지 학생들은 재단 정상화와 학원 자주화를 위해 눈물겨운 투쟁을 벌였고 교수와 직원들은 고난과 불이익을 무릅쓰고 불의에 대항했다.

특히 시민들은 92년 「선인학원사태를 우려하는 시민의 모임」을 결성, 공청회, 서명운동, 걷기운동 등을 통해 시민홍보전략을 펼침으로써 시립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시립화 이후 인천대는 질과 양적인 면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뤄냈다. 동북아국제통상대학 설립 등 교육 및 연구시설을 확충하고 면학분위기를 쇄신한 결과 우수한 학생들이 인천대를 찾기 시작했다.

인천지역 출신 학생들의 입학률도 시립화 원년인 94년 29.7%에 머물던 것이 해마다 꾸준히 증가, 올해는 50%에 이르는 등 시립대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또 교수연구 부문에서는 설립 20년 미만의 대학 가운데 포항공대 다음으로 전국 2위의 연구업적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기술혁신센터, 중소기업 기술개발지원센터 등 국책사업을 유치, 산업체 인력의 재교육과 신규산업인력 육성에 힘쓰고 있으며 한국과학재단 지정 「과학영재교육센터」로서 지역의 영재를 발굴하고 고급 과학기술 인력으로 키우는 데도 한몫을 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역사회의 봉사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평생교육원 등을 통해 지역주민에게 지적·문화적 욕구를 충족함은 물론 평생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IMF 이후에는 교육부로 부터 인천지역 산업체 재취업교육사업 대표기관으로 지정, 고용창출 교육 및 재취업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시립화 이전에는 상상할 수 조차 없었던 변화한 모습이다.

그러나 인천대가 진정 시민들이 바라는 시립대로서의 역할과 위상을 갖추기 위해선 넘어야 할 과제들도 수두룩하다.

시립화 초기 시민들이 바라던 것은 인천대가 전국적인 명문대학으로 성장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다른 대학과 비교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학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엔 21세기 교육개방 시대에 대비하고 지식기반 산업을 선도할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아래 추진하고 있는 시립 인천전문대와의 통합도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쳐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조율할 수 있는 방안마련이 시급한 상태다.

시립화 5주년을 맞아 인천대는 이제 「5개년 종합발전계획」을 토대로 동북아지역의 거점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인천시민들 또한 이러한 계획이 결실을 거둬 인천대가 명실공히 세계속의 명문대학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고 있다.
<林星勳기자·h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