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렇게 살았다.』
일제에 의한 강제개항과 함께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달동네」로 꼽혔던 인천시 동구 수도국산의 역사적 자취를 보존하기 위해 구청 공무원을 중심으로 「수도국산 물품 수집작업」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전국 최대 규모로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수도국산(송현 1·2·3동, 송림 1동)은 5만5천평의 면적에 1천7백80채의 노후가옥이 밀집해 있던 「달동네」.
이 사업이 마무리되는 오는 2001년말 3천여 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면 인천시민들의 애환이 진하게 서려 있던 옛 자취는 영영 사라지게 된다.
수도국산엔 특히 개항 초기 일본인들에게 쫓겨난 한국인들이 모여들어 동네를 이루며 살았고 한국전쟁 때는 수많은 이북의 실향민들이 월남해 머무르는 등 인천인들의 「고향」으로 통했다.
지난 90년에는 도시빈민들의 아픔과 모순을 고발해 대통령상을 차지한 연극 「아버지의 침묵」(윤조병 연출)의 무대가 되기도 했으나 철거작업이 진행되면서 지금은 주민들이 모두 떠나버렸다.
이처럼 인천인과 질곡의 세월을 같이 한 수도국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자 동구청 金철성씨(36·문화공보실 근무)등 구청 공무원과 주민 등 몇명이 그 흔적들을 역사자료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에서 발벗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수시로 짬을 내 수도국산의 빈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진촬영과 함께 집주인들이 버리고 간 물품 가운데 역사적 가치가 있을 만한 물건들을 수집하고 있다.
金씨 등이 철거작업이 시작된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모은 물품은 수도국산의 주소가 새겨진 문패와 수도국산 일대 지번이 적힌 보안등 표시판, 붓글씨로 운치를 낸 문짝 등 50여점.
이 중에는 수도국산의 정경을 그린 중견화가의 그림도 몇점 포함되어 있는 데, 현재 화가의 소재를 파악중이다.
金씨는 『인천 역사의 현장인 수도국산의 자취를 조금이나마 보존해 우리가 살아 온 모습을 후손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판단해 수집작업을 시작했다』며 『달동네 박물관이나 사료관을 세워 수집한 물품들을 전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林星勳기자·hoon@kyeongin.com>林星勳기자·hoon@kyeongin.com>
달동네 수도국산 물품수집작업
입력 1999-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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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5-1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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