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6시께 인천시 중구 신흥동 K기름집 앞. 봉고차 한대가 멈춰선 뒤 운전자가 기름집 주인과 흥정을 벌인 뒤 10여 포대가 넘는 참깨와 들깨를 기름집 창고로 운반했다. 이 참깨와 들깨가 바로 보따리무역상들이 들여온 중국산 농산물.

인체 위해성 여부를 판단하는 식품검사를 받지 않고 입국장에서 형식적인 식물검역만 받은 수입품이다. 기름집에선 이를 곧바로 참기름과 들기름으로 제조, 식당이나 일반 가정에 판매한다.

이 일대 기름집에서 이처럼 최소한의 안전성조차 검증받지 않은 중국산 참깨와 들깨로 기름을 제조해 파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

이날 오전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만난 중간수집상 K씨(43)는 『동네 식당에서 우리가 제공하는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쓰지 않는 집이 거의 없을 정도』라며 『일부 중국산 농산물은 도매상을 통해 재래시장 등에서 일반 소비자에게 팔려나간다』고 말했다.

지난 2월에는 3억원 상당의 중국산 참기름(1만5천㎏)과 참깨(2천5백㎏)를 일반음식점과 기름집 등에 불법 유통·판매한 식품제조가공업소 등 12개소가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인천시 동구 J식품은 중국산 참기름 소분과 채종유를 10% 혼합해 참기름 2천2백개(3백60㎎ 들이)를 제조·판매했으며 남구 S기름집은 수입신고도 하지 않고 무표시된 중국산 참기름과 참기름 소분 6㎏들이 2백개를 팔다 적발됐다.

사정이 이런 데도 현재로선 이처럼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중국산농산물의 유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전무한 실정이다.

간혹 적발되는 중국산농산물 유통사례도 식당이나 기름집 등의 불법행위 사실이 포착되고 나서야 역추적을 통해 보따리무역상을 통해 휴대품으로 반입됐음을 유추하는 게 고작이다.

심지어 I상회 등 시내 일부 잡곡상에선 지난달 31일부터 반입이 금지된 중국산 검은깨가 버젓이 팔리고 있어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 통관심사가 형식에 그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중국에서 반입되는 농산물은 들깨나 참깨 뿐 아니라 쌀, 잣, 콩 등에서 부터 한약재에 이르기까지 농산물 전 품목을 망라하고 있어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보따리 무역상들을 통해 반입되는 중국산 농산물들이 「휴대품」의 의미를 넘어서 무역거래품으로 정착된 만큼 이들 농산물에 대해서도 검역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경인지방식약청 관계자는 『세관 통관에서처럼 정상적인 절차를 갖추기 위해선 상당한 예산과 시간이 들겠지만 급한대로 1백만원 상당의 간이성분검사기를 설치하고 5명 정도의 검사인력을 상주시키면 불량농산물 반입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社會部·h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