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인천 우리손으로-下:시민들의 목소리>

『얼마전 술자리에서 인천 토박이인 듯한 손님이 어디 어디 지역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인천에서 다해 먹는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인천에서 산지 10년이 가까와 오는 지라 나 또한 인천사람이라 생각했는 데, 일종의 배반감 같은 게 느껴지더군요.』

金모씨(41·남동구 간석동)는 이같은 경험을 털어놓으며 『인천엔 시민들의 결집력도 약할 뿐더러 시민들 사이에서 다른 사람이 닦아놓은 길을 가려는 무임승차 의식도 만연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金씨의 말속에선 공동체의식 결여라는 인천의 고질적 단면이 드러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인천의 비전은 제시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얘기다.

시민들은 이에 대해 인천에서 살아가면서 정립한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얼마전 까지 서울에서 살았던 李모씨(여·33)는 시민들이 지역에 애착심을 갖기 위해선 우선 공무원들 부터 친절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하러 갔다가 창구직원의 불친절을 경험했다는 李씨는 『친절한 공무원도 많지만 행정편의주의에 따라 주민의 입장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몇몇 공무원들의 행태에서 인천의 위상을 읽을 수 있었다』며 『신뢰속에서 싹튼 공무원과 시민들의 끈끈한 유대관계가 있어야 지역의 결속을 다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석남초등학교 白준수교사(32)는 인천문제의 해결책을 「교육」에서 찾는다.

그는 『열악한 인천의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릴 때부터 학생들에게 애향심을 심어주는 프로그램을 개발, 이들이 진정한 인천인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공무원 金철성씨(37)는 인천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논리를 편다.

그는 『사람들이 인천하면 으레 환경공해, 교통난 등 부정적인 것들만 떠올린다』며 『현대 스포츠의 도입, 노동운동 등 인천을 부각할 수 있는 것들을 발굴해 곳곳에 사료관 등을 세움으로써 시민들의 자긍심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예술적인 측면에서 시민들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吳인화씨(여·39·인천시 서구 마전동)는 『실례로 영화를 들면, 인천에선 좌석제를 실시하는 극장이 거의 없어 흥행작이 상영될 경우 먼저 자리를 차지하려고 우루루 몰려들어가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곤 한다』며 『이처럼 무질서한 행태에서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싹트는 것은 요원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와관련, 인천경실련 金송원사무국장(34)은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이런 생각들에 정책입안자들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특히 인천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미래에 대한 인천의 비전이 제시되고 행정·기업·시민의 합의 속에서 이를 실현하는 데 박차를 가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林星勳기자·h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