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와 중구가 추진중인 화교촌개발사업이 겉돌고 있다. 의욕만 앞세운 나머지 개발 이후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개발지역의 주변여건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구가 관내 옛 「차이나타운」을 새롭게 단장할 계획을 세운 뒤 인천시가 따로 화교촌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하자 이중으로 예산만 낭비하게 된다는 비난여론이 일고 있는 상태. 시민들은 이에 따라 화교촌개발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차이나타운과 비교하면서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는 화교촌 조성계획의 문제점과 대책 등을 집중진단했다.<편집자 註>

전문가들은 화교촌 개발을 역사와 지리적인 배경만 앞세워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만으로 추진하면 외국투자자본을 유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 요코하마시 이시가와마치(石川町)내 차이나타운을 들여다 보면 이런 지적이 실감난다.

일본내 화교들을 중심으로 개발한 이시가와마치 차이나타운은 요코하마역에서 차로 불과 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그 만큼 교통이 매우 편리하다. 이 곳엔 2백50여개 중국음식점이 밀집해 있으며 평일은 물론 주말이면 중국음식과 각종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빈다. 일본인들은 한결같이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에 오면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전통 중국음식과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일명 「구르메타운」이라고도 불리는 이 차이나타운은 동·서·남·북에 선린문(善隣門)이란 4개의 페루(높이 15m)를 설치했다. 중앙에는 중국 삼국시대 무장이었던 관우를 모시는 사당 관제묘가 있는 데, 4개의 페루를 포함해 모두 7억엔(한화 70억여원)의 건립비용이 들어갔다고 한다. 화교들이 돈을 모아 만든 것으로 모양과 색깔 모두 중국전통방법으로 화려하게 꾸며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곳 차이나타운이 일본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중 하나는 주변에 공원과 쇼핑센터, 호텔 등을 함께 개발해 종합적인 문화·휴식 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문을 나서면 야마시타(山下)공원이 있으며 남문과 서문에는 쇼핑센터와 호텔이 들어서 있는 오또마치(元町)와 이시가와마치(石川町)로 각각 연결된다. 또 북문에는 요코하마 공원과 요코하마 스타디움이 위치해 각종 경기를 볼 수 있도록 연계되어 있다.

이밖에 이 곳은 중국전통음식 이외에 중국 술과 중국식 조리기구, 의류, 한약 등을 팔고 있어 관광상품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봄맞이 축제와 8월 8일 관우탄생제, 10월 1일 중국국경절, 10월 10일 쌍십절 등 계절별로 화려한 각종 행사를 마련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일본과 달리 인천은 여러가지 면에서 불리하다. 우선 중구 북성동 화교촌의 경우 구릉지에 위치, 교통이 불편해 관광객들이 쉽게 찾기 힘들다. 또 주변과 연계된 상권도 없는 데다 관광객들을 수용할만한 호텔이나 숙박시설이 부족한 상태여서 관광객들을 유치하기엔 여건이 별로 좋지 않은 형편. 이런 면에서 보면 시가 추진중인 송도신도시내 차이나타운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시와 중구가 제각각 화교촌을 조성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화교자본 유입을 막는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외국투자가들은 『한 도시에 여러 개 차이나타운을 조성하면 경제적 가치가 떨어져 실패할 게 뻔한 데도 왜 정책을 하나로 통일하지 못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문제는 화교촌 개발을 추진하면서 시와 구가 기본적인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가들은 화교촌의 역사적 의미보다는 투자에 따른 이익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와 구는 화교촌이 얼마 만큼의 이익을 낼 지에 대해선 기초자료조차 갖고 있지 못한 상태다. 실제로 지난 8일 홍콩을 방문한 중구 투자유치단은 『중국 북성동 화교촌개발에 투자를 하면 얼마나 이익을 얻을 수 있겠느냐』는 홍콩중화총상회 陳有慶 회장 질문에 기본적인 자료조차 내놓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무조건 개발만 하면 된다는 식의 주먹구구식 발상은 국제사회에서 통하지 않는다』며 『좀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개발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徐晋豪기자·prov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