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유리섬유 불법매립으로 각종 질병에 시달려 왔다고 주장해 온 인천시 남동구 고잔동 주민들이 결국 피해보상을 받게 됐다.

인천지법 민사5부(재판장·윤재윤부장판사)는 18일 변영택씨 등 고잔동 주민 64명이 (주)한국인슈로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주)한국인슈로산업은 원고들에게 3백만원∼1백만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유리섬유가 공기를 타고 피해자들의 주거지나 농경지에 도달해 피부접촉으로 인한 피부병, 호흡기 장애를 유발한 점이 확실하게 밝혀졌다』며 『유리섬유 먼지가 인근 거주자들에 대한 생활상의 방해요소로 고통을 안겨준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회사가 공장부지 등에 불법매립한 폐유리섬유가 인근 지하수를 오염시켜 이를 식수로 음용한 주민들이 괴질 또는 괴종양을 앓았는지에 대해 관련 자료 등을 검토한 결과 지하수를 통한 유리섬유와 지방종 등의 인과관계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유리섬유가 사람의 소화기를 통해 흡입되었을 때 어떠한 질병이나 건강상의 장애를 일으키는 지에 관한 의학적 메카니즘이 전혀 정립되지 않은 데다 유리섬유 매립지의 토양지질조사나 지하수 유동계 분석결과 유리섬유가 지층을 뚫고 지하수로 유입될 가능성이나 문제의 자하수가 이동할 수 있는 범위가 극히 일부 주민에 한정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재판부가 이런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유리섬유 분진으로 피부병 등 건강장애를 일으키고 생활방해 등 고통을 가한 점이 인정되므로 공장과의 거리, 거주기간 등에 따라 위자료를 차등지급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남동구 고잔동 주민들은 논현동 (주)한국인슈로가 지난 74년부터 건축용 보온, 단열재로 쓰이는 유리섬유를 연간 6백30만톤씩 생산하면서 우물에서 악취가 진동하는 가 하면 농경지에 유리가루가 눈가루처럼 쌓이고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며 피해보상을 요구해 왔다. 주민들은 특히 (주)한국인슈로측이 지난 84년 연간 60여톤의 폐유리섬유를 공장마당에 불법매립한 사실을 알게되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편 동국대학교 예방의학과 역학조사팀은 현장조사를 통해 세계 최초로 유리섬유 음용에 의한 지방종 등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의대 역학조사팀은 조사결과 유리섬유 음용에 의한 질병 유발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발표, 의학계, 주민들과 회사 등이 혼선을 빚기도 했다. /張哲淳기자·s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