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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지매 잘도하네~ 에헤루야 도옴소, 신명나게 놀다가세~ 에헤루야 도옴소···.』

지난달 31일 오후 인천시 서구 석남동 고백교회내 20여평 남짓한 예배당. 40여명이 빙 둘러서 예천통명농요전수관 편해문씨가 선창하는 구성진 농요 가락에 맞춰 『에헤루야 도옴소(논에 심은 모가 잘 크라는 뜻)』라는 후렴을 따라 부르며 덩실덩실 춤을 춘다.

이날 인천귀농운동본부(위원장·김정택목사) 주최로 인천에서 처음 문을 연 「제1기 인천귀농학교」의 개강식은 이렇듯 신명나는 고유의 춤판으로 시작됐다. 「IMF한파」로 인해 직장을 잃은 실업자를 비롯 평범한 회사원, 교사, 주부, 유치원교사,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이 자리에 모였다.

「장애를 갖고 있는 아들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귀농이 자신에게 맞는가 시험하기 위해」, 「실직한 뒤 별다른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 등 귀농학교를 찾은 동기 또한 다양하다. 처음엔 서로 서먹서먹했던 이들은 「귀농」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어느덧 인간적인 삶을 추구하는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었다.

귀농학교에선 우리가 그동안 물질중심주의 풍조 속에서 추구해 온 도시문명의 물질적 풍요로움과 화려함 뒤에 드리운 「그늘」이 무엇인 지, 그리고 그런 오늘의 삶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 지에 대해 진지하게 모색한다.

전국귀농운동본부 이병철본부장은 『인간은 자연과 흙을 떠나서 결코 행복할 수 없다』며 『경제가치 중심의 삶이 아니라 흙에서 생명을 가꾸고 기르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자립적인 삶을 일궈나가는 것이 진정한 귀농』이라고 강조한다.

이렇듯 귀농학교는 단지 귀농의 방법론을 제시하는 차원을 넘어 농사를 생명_환경_공동체 운동으로 인식해 참가자들에게 새로운 가치관을 심어주는 정신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아울러 「우리는 본질적으로 마을사람」이라는 전제아래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공동체」의 모형을 제시한다. 선조들이 오랜 세월동안 유지해 온 「두레공동체」를 비롯 「생태마을」, 「한마음 공동체」, 「한살림운동」 등이 바로 그 모형들. 특히 우리만의 공동체문화인 「두레」는 귀농의 징검다리라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96년 설립한 전국귀농운동본부는 이처럼 귀농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농촌에서 마을을 함께 꾸미는 방식을 권장하면서 이미 전국 곳곳에 생태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전혀 기반이 없는 교육생을 위해 귀농을 한 선배와 연결해 주거나 도시와 농촌간 유기적인 발전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도농공동체」를 조성하는 것도 귀농학교의 역점사업 중 하나.

강화도에선 지난 2월부터 「환경농업농민회」와 「음식물찌꺼기 재활용을 위한 연수구모임」이 연계해 도시 사람들이 버리는 음식물 찌꺼기를 가축 사료 등으로 재활용하는 「도농공동체」운동이 벌어지는 등 인천지역에서도 새로운 개념의 공동체문화가 싹을 틔우고 있다.

이날 귀농학교에서 농요를 선보인 편씨는 『새를 보기 위해 부르는 노래를 우리는 통상 「새@는 노래」라 하지만 농촌의 노인들은 「새 보는 노래」라고 한다』며 『새와 더불어 사는 삶, 더 나아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며 인간성을 회복하는 게 귀농운동』이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처음 선보인 귀농학교. 황량한 도시생활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대안을 제시하고 공동체문화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창구」로 자리매김하길 많은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林星勳기자·h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