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일용근로자들은 장시간노동과 저임금이란 이중고 외에도 구직알선자격이 없는 용역업체와 무허가직업소개소의 「임금착취」에 시달리고 있다.

원청 및 하청업체와 결탁한 업체들은 일용급의 5~10%를 통상 소개비명목으로 매일 떼고 있으며, 심한 경우 20%까지 받으면서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으나 단속의 손길은 찾아 볼 수 없다.

지난 7일 오후 2시께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공사현장서 만난 金모씨(48). 金씨는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첫 배를 타고 와 일을 구하지만 공치는 날이 많다』며 『일당 4만원중 용역업체서 이달들어 매일 2천원씩 뗀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 정도는 나은 편이다. 소개비명목으로 제하는 돈은 업체별로 천차만별이다. 「IMF」이전 일당 10만원을 받았던 일용근로자들의 공항현장 1일 임금은 현재 5만원~5만5천원선.

인천건설일용노조측은 『일부 업체들은 이 임금에서 소개비 1만원과 현장이동차비 명목으로 4천원을 받는 등 20~30%를 챙기고 있다』며 『일자리가 없어 별 수 없이 일을 하지만 횡포를 부리는 업체 때문에 억울해서 못살겠다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일용건설업계와 근로자들에 따르면 현재 공항건설공사 현장에 인력을 공급해 주는 용역과 직업소개소는 30여곳. 업체들은 주로 정보지 및 스티커광고, 인천지역 새벽인력시장 등을 통해 근로자를 모은 후 업체당 1일 30~50명의 인력을 현장에 내보내고 있다.

이들 업체중 일부는 아예 현장에 컨테이너사무실을 지원받아 인력관리를 하고 있는 실정. 원청업체와 이들 업체간 유착고리와 또 다른 「뒷돈 거래 의혹」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업체들이 과다한 소개비를 챙기는 데는 건설업체들의 부당한 요구도 한 몫하고 있다. 용역업체를 운영했던 姜모씨(33·인천시 중구 신흥동)는 『시공업체들이 차량운영비, 숙식비 등을 모두 떠넘기는 바람에 대부분 용역업체들이 이를 다시 근로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건설업체한테 안정적인 용역업무를 확보하기 위해 근로자들의 노임단가를 1만원가량 경쟁적으로 낮췄다』고 폭로했다.

직업소개업무는 관할구청에 정식등록한 후 인력을 알선했을 경우 10%를 소개비로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공항건설현장의 용역업체와 일부 무허가직업소개소는 유료직업알선을 할 수 없는 데도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특히 행정당국 및 관할경찰, 공항공사, 노동청은 이처럼 공항건설현장이 「직업안정법의 사각지대」로 전락했는 데도 전혀 단속을 벌이지 않아 업체들의 불·탈법을 방조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인천건설일용노조 관계자는 『용역업체와 직업소개소가 일용근로자들의 피땀을 앗아가고 있다』며 『불법용역업체를 근절하고 무료로 취업을 알선해 주는 취업센터가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李旻鍾기자·minj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