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권사각지대_3:먹고 자는 일도 괴롭다
공항 건설현장내 일부 근로자들은 형편없는 음식을 먹으며 강도높은 노동에 시달린다. 건설현장 가운데 삼목도와 신불도 근로자 캠프단지내 상당수 식당음식이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이나 영양은 뒷전인 채 부실하게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 밤 11시께 삼목도 근로자 캠프단지서 만난 李모씨(32). 경북 상주서 올라 와 지난 7월부터 일하는 李씨는 근로자식당의 밥을 먹지 않고 세끼를 모두 사먹는다고 했다.
『밥에서 벌레가 나오거나 이상한 냄새까지 풍길 때도 종종 있어요. 반찬도 식물성이 태반이구요. 「개밥」이라며 눈도 돌리지 않는 동료들이 수두룩합니다.』
지난해 겨울 이 곳 식당서 일한 영양사 鄭모씨(여·31)는 『식당업주가 유효기간이 지난 음식재료를 사용해 여러 차례 건의했으나 개선되지 않아 일을 그만두고 말았다』며 혀를 찼다.
올들어 5월과 8월 두차례에 걸쳐 현장을 둘러 본 인천건설일용노조측은 『어떤 식당은 김치, 깎두기, 나물 등으로 식단을 짠다』며 『이런 식사로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노조관계자는 『보통 건설현장에서 식사가 무료로 제공되는 데 비해 2천5백원~3천원의 밥값을 별도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식사질도 떨어지는 데다 건설현장에서 필수적이라고 할 새참도 빵과 우유로 대체되자 근로자들 사이에선 『배고파서 일을 못하겠다』는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근로자 張모씨(39·인천시 서구 석남동)는 『새참으로 3백원짜리 빵을 주는 데 허기져서 힘을 쓸 수 없다』며 『일부 동료들은 아침을 빼고는 점심, 저녁, 새참까지 사서 먹는다』고 말했다.
이런 밥마저 현장과 식당과의 먼 거리와 1시간의 식사시간 때문에 허겁지겁 먹다 보니, 일부 근로자들은 소화불량을 호소하기도 한다.
근로자식당은 대부분 위탁운영되는 것으로 기본수요가 풍부해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 「떼돈」을 번다는 소문까지 나 있을 정도.
방값까지 받는 컨테이너 숙소도 문제다.
주로 하청업체에 고용된 일용근로자들은 숙소사용비를 1개월에 7만원~10만원까지 부담하고 있다. 영종도내 S인력측은 일용근로 일자리를 구한다는 문의에 『침구와 작업복, 안전화를 준비해야 하며 숙소비는 1개월에 7만원, 밥값은 끼니당 2천5백원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숙소사용비를 받는 업체들은 건설현장에 들어가면서 컨테이너임대비용을 부담하게 되자 이를 다시 고용근로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인천건설일용노조 관계자는 『방값도 업체마다 다른 데, 4인1실에 40만원을 받는 곳도 있다』며 『식사도 부실하고 숙소비용도 받는 건설현장의 병폐가 관행으로 묻혀선 안된다』고 말했다. /李旻鍾기자·minjong@kyeongin.com
근로자인권사각-3,형편없는 숙식
입력 1999-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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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9-1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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