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까지 사먹어야 하는 형편입니다. 아무리 막노동이라지만 문화생활은 꿈도 못꿔요.』 인천국제공항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하소연이다.
1단계 공항공사는 2000년 12월말까지 계속된다. 2단계 공사에 들어가면 앞으로 최소 10년간은 「건설 붐」이 지속된다는 게 관계자들의 예기.
그러나 1만3천여명이나 투입되는 등 단순한 건설공사현장이 아닌 데도, 이에 걸맞는 근로자들의 노동여건이나 편의시설은 찾아보기 힘들다. 근로자들은 『현장이 섬이라는 특수성과 건설공사임을 감안해도 너무하지 않느냐』며 불만을 터뜨린다.
이중에서도 물부족과 교통문제는 「민원 1순위」. 지난 12일 밤 11시께 삼목도 근로자 캠프서 만난 金모씨(29)는 『시공업체에서 식수를 제공하고 있지만 양이 부족한 데다 여러 사람이 작업을 하다 보면 턱없이 모자란다』고 말했다. 그는 『모자란 물은 인근 슈퍼에서 구입할 수 밖에 없는 데, 1.8ℓ짜리 생수 1통에 시중보다 배나 비싼 2천원을 줘야 한다』고 불평했다.
지하수사정이 좋지 않아 물이 모자라기도 하지만 일부 하청업체서 현장에 공급하는 생수비용을 아껴 「잇속」을 챙기기 때문이란 비난도 크다. 이처럼 먹을 물이 없다 보니 땀을 씻을 물을 얻는 건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인천건설일용노조측은 『샤워를 하지 못하고 그냥 자는 이들이 태반』이라고 밝혔다.
급한 사정이 생길 경우 이용할 교통시설도 마땅치 않다. 영종뱃터서 삼목도캠프를 오가는 「갤로퍼택시」는 15대. 편도에 2만원을 줘야 한다. 金모씨(48)는 『오전 6시에 영종으로 들어가는 첫 배를 놓치면 택시를 타는 수 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아 근로자들이 개별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예요. 용역업체서 운영하는 봉고차를 타면 1개월에 또 2만원을 줘야 합니다. 남는 게 뭐 있겠어요? 근로자들한테 다 뒤집어 씌우는 꼴이지요.』 인천건설일용노조관계자는 『무료셔틀버스 운행 등을 인천시에 건의하기도 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상가들도 운반비와 비싼 임대료를 내세워 근로자들에게 폭리를 취하고 있다. 담배를 제외한 모든 물품의 가격이 시중보다 2~3배 가량 비싼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이들에게 문화·여가 시설을 찾는 건 차라리 「사치」에 가깝다. 당구장과 포장마차, 노래방이 고작으로 고된 노동후 심신을 쉴 수 있는 공간은 전무한 형편.
이 틈새를 노려 퇴폐업소까지 등장해 근로자들의 피땀이 밴 주머니를 노린다. 실제로 삼목도 캠프에서 1㎞ 가량 떨어진 곳엔 「스포츠마사지」를 빙자해 퇴폐행위를 일삼는 업소가 성업중이다.
이 곳은 캠프를 돌며 「호객행위」도 서슴치 않는다. 공항근로자들은 이렇게 「정당한 땀의 댓가」를 이리 저리 뜯기고 있다. /李旻鍾기자·minjong@kyeongin.com
근로자인권사각-4,불모지 생활
입력 1999-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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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9-1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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