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참사 시민반응-분노의 목소리>
10월 30일 저녁 1백30여명의 사상자를 낸 중구 인현동 호프집 참사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시민들은 인천역사상 최대 참사로 기록될 이번 사고를 보며 망연자실한 채 일손마저 놓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들은 화마(火魔)에 목숨을 앗긴 어린 학생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안전불감증에 빠진 기성세대와 행정당국에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착잡한 심정으로 대형참사를 바라보고 있는 시민들의 반응을 들었다. <편집자 註>
▲김창연(38·중앙길병원 응급의학과)=응급실로 실려 온 대다수 환자들이 저산소성 뇌증 증세를 보이고 있다. 저산소성 뇌증이란 산소가 뇌로 정상공급 되지 않아 뇌세포가 상처를 입게 되는 현상으로 심하면 일시적인 기억상실 증세와 함께 의식을 잃게 된다. 환자들이 앞으로 상당한 고통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는 지 경악스럽다.
▲송성원(55·자영업)= 무엇보다 영리에 급급해 학생들이 술집에 드나들도록 한 것 부터 문제다. 행정기관에서도 이를 묵인·방조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결탁이 없었으면 가능한 일이겠는 가? 인천지역 유흥가 곳곳에서 10대 청소년들을 마구잡이식으로 받으며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공직사회가 말단 부터 책임의식을 갖고 봉사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또 다시 대형참사를 야기할 수 있음을 잊어선 안된다.
▲성상용(30·운전기사)=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참사다. 더욱이 업소주인이 화재당시 도망갔다고 들었는 데, 파렴치하고 추악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학생들이 유흥업소에 출입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에 앞서 10대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여가를 즐길 곳이 없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불법상혼, 비상구 하나 없는 취약한 건물구조, 뒷짐진 단속기관, 빠르게 확산되는 10대 향락문화의 폐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난 사고다. 어른들 모두 반성해야 한다.
▲전보영(30·주부)=참으로 기가 막히다. 화성 씨랜드 참사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학생 신분으로 호프집에서 술을 마신 청소년들도 문제지만 돈벌이에만 급급해 이들에게 술을 판 악덕업주가 더 큰 문제인 것 같다. 이를 지도단속해야 할 행정기관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 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김재식(37·회사원)=이번 사건은 행정당국과 소방당국이 그동안 불법영업장에 대해 얼마나 미온적으로 대처해 왔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미성년자가 버젓이 출입하고 소방시설 하나 갖추지 않은 업소가 어떻게 지금까지 영업을 지속할 수 있었는 지 철저한 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행정당국의 직무유기 여부 등에 대해서도 낱낱이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최근식(42·인하부고 국어과 교사)=교육개혁의 영향으로 학생들에 대한 지도기능이 상당부분 사회와 가정으로 넘어갔으나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학원수강티켓이나 끊어주는 정도로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요즘 10대들의 문화가 향락으로 치닫는 것도 심히 우려된다. 이들이 자주 찾는 노래방과 당구장이 거의 모두 유흥지대에 소재한 것도 탈선을 부추기고 있다. 학교시설투자를 통해 정서함양을 꾀할 수 있는 학교내 생활관 등의 건립이 시급하다.
▲허지연(33·공무원·남구청 사회복지과)=화성 씨랜드 화재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형참사가 발생한 것은 우리사회에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뿌리깊게 만연돼 있는 지 극명히 보여주는 단면이다. 특히 이번 호프집 화재에선 신분증 확인없이 미성년자들을 돈벌이 대상으로 삼았다고 하니 어른으로서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다. 청소년들의 탈선을 부추기는 기성세대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남충현씨(53·변호사)=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책을 세운다고 야단이지만 대형참사는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우리의 현실이 정말 개탄스럽다. 이번 참사도 과거의 사고와 같이 안전불감증에 따른 인재인 만큼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자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또 다시 꿈나무들을 한꺼번에 잃은 만큼 사고재발방지를 위한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연옥씨(40·교사)=언론에서 대형 사건·사고를 다룰 때 직접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것이 남의 일이라고 여기기 일쑤다. 그러나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그렇지 않다는 현실을 깨닫고 몸서리치게 된다. 이번 청소년들의 참사는 어른들의 의식이 바르지 못해 생긴 것이라고 본다. 행정관서의 직무유기와 비뚤어진 업주들의 상혼이 빚어낸 것이다.
▲윤관석(39·인천시민연대사무처장)= 트라이 포트, 동북아의 거점도시 등 21세기의 비전을 제시한다는 인천에서 이런 후진성을 면치 못한 참사가 벌어져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정말 부끄럽게 생각한다. 특히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안전불감증 편집자>화재참사>
화재참사 시민반응-,분노의목소리
입력 1999-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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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1-0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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