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중구 인현동 호프집 화재사건. 악덕상혼과 비리유착이 빚은 참극으로 드러난 가운데 그동안 「안전불감증」으로 크고 작은 사고를 겪은 인천의 현실을 고려할 때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인구 2백50만을 넘은 인천은 사실 「화약고」란 비유가 적절할 만큼 각종 「위험시설의 전시장」같은 곳. 특히 「IMF」이후 경영논리에 밀린 안전의식, 산업설비의 노후화, 설비의 시스템화 및 대형화는 이같은 위험이 언제라도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화재참사를 계기로 인천의 위험시설물 현황과 안전불감증이 빚은 대형사고의 실례, 대책 등을 짚어봤다.<편집자 註>

▲시설물 현황
인천 여기저기엔 안전사고의 위험이 마치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다. LNG인수기지, 화력발전소, 각종 공업단지, 인천지하철, 국제공항, 수도권쓰레기매립지 등이 대표적. 이처럼 눈에 드러난 시설물외에도 주목해야 할 게 바로 지하매설시설물이다. 지하가스배관, 송유관, 통신관, 상수도관, 하수도관, 지역난방관 등 그 종류와 용도는 매우 다양하다. 주로 사업장 밖에 설치된 탓에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례로 서울과 인천을 비롯한 전국 5대도시는 이런 지하매설물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일어나는 단전, 단수, 통신두절사고가 연평균 7백50여건에 달하고 있다. 특히 폭발위험이 가장 큰 도시가스관은 소규모 도로굴착공사에도 쉽게 노출되기 일쑤여서 누출사고의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지하매설물외에 수도권물류비용 절감이란 명분에 밀려 떠안게 된 각종 유류가스 저장시설과 정유공장, 화약공장 등도 「인천의 뇌관」이다. 한국화약 고잔공장, 동양화학, 유공 인천저유소, 한화에너지, 서인천화력발전소 등은 안전성에 이상이 없다는 회사측의 장담에도 불구, 대부분 주거밀집지역 인근에 위치해 대형사고시 엄청난 피해가 우려된다.

청소년들이 자주 찾는 유기시설도 마음을 놓을 수 없긴 마찬가지. 인천의 유기기설은 지난 97년말 1백12개. 경기 2백16개에 이어 전국 시·도중 둘째로 많다. 95년~97년 3년간 전국적으로 16건의 사고가 일어나 5명이 숨지고 29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유기시설사고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지난 97년 7월 인천시 중구 M랜드에서 아폴로 디스코텍의 회전축이 부서지면서 9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인천의 사고실태
위험시설물은 아무리 경미한 사고라 해도 큰 피해를 내게 마련이다. 인천에선 90년대 들어서만 각종 위험시설물에서 여러차례 「경고메시지」같은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해 말 연수구에선 공군기지 미사일폭발사고가 발생, 인천을 혼란에 빠뜨리며 「떠나고 싶은 도시」라는 오명을 다시 한번 안겨 줬다. 이에 앞서 94년엔 한국화약 고잔공장에서 여러차례 안전사고가 터져 5명이 숨졌다. 또 같은 해 7월 서구 가좌동 농약원료제조업체인 J정밀에선 폭발사고가 일어나 6명이 사망하고, 6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90년 1월 중구 항동에선 가스폭발사고가 발생, 연안부두일대가 아수라장을 이루기도 했다. 「터졌다 하면 대형사고」인 인천. 이런 사례는 그 실태를 보여주는 작은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대책은 없나
인천을 비롯, 전국적인 사고유형의 원인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무시하거나 행정기관 및 관리기관의 지도·감독소홀, 노후시설 개선미비, 점검작업의 지연, 부실시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기본 산업안전정책은 바로 「안전제일주의」다. 안전을 벗어난 이익창출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의식이 자연스럽게 뿌리내려 있다. 재해가 발생해도 철저한 책임을 묻는다. 「적당주의」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 조사한 각국 산업안전관리제도비교에 따르면 미국에선 기업이 자율적으로 안전관리를 하도록 배려한다. 대신 안전경영시스템을 평가, 등급별로 정기감독면제와 기술정보자료 지원 등의 혜택을 준다. 이 결과 미국은 95년에만 2백50곳의 자율안전관리사업장에서 모두 1억달러의 비용을 줄였다. 반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을 경우 1건당 최고 7만달러의 벌금을 물리는 등 가차없이 제재를 가한다.

전문가들은 어처구니없는 재난사고를 막기 위해선 불합리하고 현실에 맞지 않는 안전관련법의 개정 및 관리체계의 개선, 합리적인 재난관리제도 도입, 재해관련 예산증액, 각종 시설물 안전점검의 생활화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인천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시민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곳에 위험시설물이 들어서는 등 인천만큼 안전성이 무시되는 도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