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 정체성을 갖기 위해선 무엇보다 '문화적 무기'를 착실하게 갖춰 나가야 합니다. 인천을 사랑하고 인천의 미래를 책임지려고 노력하는 터잡이들의 뜻을 모아 지역문화를 가꾸고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문화공간을 제공하는 데 힘을 쏟겠습니다.”

순수 민간문화단체인 '터진개 문화마당 황금가지' 를 운영하는 李鍾福씨(38)의 새해 포부다. 인천에서 태어난 그는 중구 신포시장에서 성광 방앗간과 떡집을 운영하면서 지역문화 가꾸기에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그가 문화사업을 시작한 것은 인천이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

“인천은 우리나라 근대화의 중요한 거점인데도 주변상황들을 무시하는 바람에 낙후되고 척박한 땅으로 여겨 왔습니다. 주체성이 없는 소비도시란 인식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어 일을 시작했지요.”

처음 李씨가 시작한 문화행사는 올해로 10회를 맞는 '신포동 상가 지신밟기'. 매년 지신밟기로 모은 성금을 장애인 보육시설인 연수동 평화의 집에 전달한다. 지난해 초엔 사비를 들여 중구 내동 162 상가 3층에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책을 읽고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책과 운동기구, 컴퓨터 악기 등을 갖춰 놓았다.

황금가지 회원은 초등학생을 비롯해 1백여명에 이른다. 청소년 풍물패지원과 초등학생들에게 지역문화를 소개하는 인천장정, 교실밖의 교실, 전문가를 초빙해 강연을 듣는 이야기마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풍물동아리, 영화동아리, 사진동아리, 역사문화연구회, 독서토론회 등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

지난해 7월 첫 선을 보인 종합문화지 '황금가지'도 이런 맥락에서 발간했다. 근대건축기행, 인천항만보고서, 시, 소설, 인천의 인물, 대담, 문화답사기, 영화평 등 다채로운 내용 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만들었다.

김교찬(화가), 최근식(인하부고 교사), 조남진(동산고 교사), 최병무(의사), 이향림(작가), 김정태(풍물연주가) 등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

“10년 후 쯤 청소년들에게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대안학교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인천이 문화의 불모지가 아니라 역사의 뿌리가 깊은 도시라는 걸 일깨워 희망찬 내일을 일궈나가야지요.”/徐晋豪기자·prov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