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앞날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대우자동차(주) 근로자들은 요즘 시름에 잠겨 일할 의욕을 잃었다. 대우그룹이 해체된 후 대우자동차 매각설이 끊이지 않으면서 앞날을 기약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노조측은 해외매각을 강행할 경우 파업으로 맞서겠다며 '일전'을 예고하고 있지만 웬지 기운이 없어 보인다. 노조는 그동안 대우차 구조조정 작업과정에도 참여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지난 13일 오후 3시께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노조 사무실. 한바탕 싸움을 벌이려는 듯 '전운'이 감돌고 있다. 노조측은 이에 앞서 11일 '해외매각 결사반대'를 외치며 중앙노동위에 쟁의조정 신청서를 제출한 뒤 곳곳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쟁의행위에 대한 홍보활동에 돌입한 상태. 노조는 회사측이 조합원 1만여명의 고용문제에 명확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으면 오는 21일 찬·반투표를 거쳐 곧바로 전면파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준비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우차 부평공장은 요즘 가동률이 50% 가량에 그치는 등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제1공장 라노스 생산라인의 경우 이미 2조 1교대로 운영된 지 오래다. 2조 1교대란 근로자들이 1주일씩 번갈아 가면서 근무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라노스 생산라인 근로자들은 한달에 절반 가량을 쉬고 있는 형편.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근로자들은 초과 근무수당은 커녕 통상임금의 70% 밖에 받지 못해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더욱이 그간 2조 2교대로 운영되던 제2공장 레간자 생산라인도 다음 주면 2조 1교대로 가동시간을 대폭 줄여야 할 판이다. 여기에다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끊겨 3개월 전부터 기술연구소에 대한 투자도 전혀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라노스를 대체하는 신차발표도 중단한 실정.

이처럼 회사 사정이 극도로 악화하자 근로자들은 일할 의욕을 상실했다. 한 직원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이 생산현장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증권투자에 매달리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노조측은 현재 국내든 외국이든 다른 기업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우가 차지하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비중을 감안할 때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 회사를 우선 정상화한 뒤 국민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측은 특히 “해외자본이 대우차에 도입될 경우 근로자들의 대량해고는 물론 중소기업이 몰락하는 등 지역경제까지 거덜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노조의 주장도 점점 힘을 잃어가는 것 같다. 노조가 주체적으로 구조조정 과정에 참여할 수도 없고, 대우차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마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대우자동차 살리기 범시민대책위'를 구성하는 등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기대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이에대해 노조의 한애택 교선실장은 “우리 회사의 문제는 부실 덩어리였던 국내경제의 표본”이라며 “시민들에게 외면을 받는 데엔 지역에 무관심했던 회사측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대우자동차가 무너지면 지역경제 역시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시민들의 도움을 호소했다. /李喜東.dh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