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현동 화재참사 그 후 1년…〉-컷
“언제쯤 이 악몽과 고통이 끝날런지….”
인현동 화재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흘렀으나 아직도 보상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아 치료비를 마련하지 못한 부상학생 부모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부상자중 상당수는 후유증 재발로 몇차례 더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부모들은 약값조차 대기 힘든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부모들의 마음 역시 자식들이 입은 화상 만큼이나 깊은 상처로 곪아가고 있는 것이다.
부상 학생들은 대부분 사고 당시 몸에 심한 화상을 입은데다 연탄가스(일산화탄소)보다 50배나 독한 연기와 뜨거운 수증기를 마심으로써 기도와 폐 등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따라서 평생 치료를 받는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할 처지.
부상자 가족들은 지난 1월 말로 인천시의 치료비 지급보증이 끝난 이후 병원측의 치료비 독촉에 시달리는데다, 시가 2월부터 4월까지 대납한 치료비를 환수(보상금에서 제외하는 방식)하겠다고 나서자 더욱 분노하고 있다.
병원에 입원중이던 부상학생 가운데 지난 7월말로 이미 보상금을 수령한 16명과 혼수상태인 한명을 제외한 59명은 모두 퇴원했다. 보상금을 수령한 부상자 가족의 경우 부상자대책위원회 탈퇴와 시의 치료비 보증 조건을 받아들여 장애정도에 따라 요구안보다 턱없이 낮은 보상금을 받았다는 게 부대위측의 설명이다.
부대위 관계자는 “인천시가 부상학생들의 부상 정도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보상금을 대충 정했다가 나중에서야 보상금액이 늘어나는 문제가 나오자 당초 부대위와 합의한 사항들을 어기고 있다”며 “정부 당국에서도 말로만 지원을 떠들 게 아니라 부상학생들의 치료를 위해 적극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사고 이후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인천서해권역응급의료센터에 입원중인 정석영군(18·선인고 3년)의 가족은 이제 지칠대로 지쳤다. 정군의 아버지 정윤용씨(46·부상자대책위 부위원장)는 “간병비와 치료비를 마련하느라 수천만원을 빌렸다. 다니던 직장도 1년 가까이 휴직해 실직한 상태나 다름없어 살길이 막막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아들이 평생 침상에 누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앞이 캄캄해져요. 사고 때부터 이미 가정도 파탄났습니다. 아내는 아들 병수발을 들다가 몸져 누웠어요. 도대채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는 겁니까….” 울분을 참지 못해 정씨는 말을 잇지 못한다.
“기도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치료비가 없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입니다. 유미가 십정동에서 문학동까지 통학이 힘들어 헉헉대는 걸 보면 억장이 무너져요. 화상으로 부어오른 살이 상처를 오그라뜨려 아파하는 모습도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어요.” 권유미양(17·인천여자정보산업고 2년)의 아버지 권범성씨(38)의 하소연이다.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은 아들이 사람을 만나는 걸 기피하고 있어요. 요즘도 폐에 물이 차올라 치료를 받고 있는데, 상태가 더 나빠지고 있어 걱정이 태산입니다.” 함화복군(16·부평공고 2년)의 어머니 마금선씨(48)는 “아들이 다친 후 남편마저 몸져 눕는 바람에 생활이 말이 아니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노유진양(17·인천여자정보산업고)은 올해 초 휴학했다. 호흡기를 심하게 다쳐 제대로 걷지 못하는데다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이 붙어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아직 보상금을 받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노양의 아버지 노익환씨(50·부대위위원장)는 “대형사고의 경우 양측이 고용한 손해감정사를 통해 보상금을 정하는 것이 관례인데도 인천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시에서 내놓은 보상기준이 잘못됐음을 시인하는 것”이라며 “보상협의 지연은 부대위가 지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상을 마무리하겠다는 속셈”이라고 비난했다.
부상자 가족들은 특히 화상치료약이 대부분 고가의 외제 수입품이어서 의료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어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한다. 한번 치료받는데 보통 40만-50만원이 들어가는 등 치료비가 너무 비싸 마음대로 치료를 해주지 못하는 게 가장 안타깝다는 것이 이들의 얘기다.
그런가 하면 상당수 부상학생들은 체육시간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숨이 차서 계단조차 제대로 오르지 못하는 등 일상 생활에서도 갖가지 고통에 시달린다. 일부는 가까운 친구들조차 만나려 하지 않고, 심지어 부모와도 대화를 꺼리는 등 우울증세마저 보일 만큼 심각하다.
의료진들은 화상의 경우 1년을 전후해 오그라든 살을 펴줘야만 관절이 굳는 증상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지희양(16·계산여고 2년)과 전정원양(17·선화여상 2년), 고진미양(16·선화여상 1년) 등 3명의 경우 퇴원했다가 얼마전 성대가 달라붙는 후유증이 재발해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지속적인 치료를 받지 못해 언제 상처가 악화될지 모른
인현동 참사 그후 1년...'평생치유' 분노도 지쳐 허탈
입력 2000-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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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0-1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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