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 인천시협회(회장·하석용)가
지난 1일 재창립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갈수록 시민운동단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양적 팽창에 걸맞은 질
적 대안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센 게 요즘의 지역현
실. 이러한 때 유네스코 인천시협회가 새로운 시민운동의 기치를 내걸고 새
롭게 출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우선 조직구성면에서 다른 단체와 큰 차이를 보인다. 실질적으로 단체를 이
끌게 될 이사회에 운영이사와 전문이사를 별도로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30여명에 달하는 운영이사는 협회운영에서 재정적인 문제만을 담당하고 각
분과별 업무는 10여명의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이사들이 맡는다.
재정과 실질적인 활동을 철저히 분리해야 재정적 독립과 함께 협회 활동을
올바로 곧추세울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협회측은 또 인천이 안고 있는 각종 문제에 대해 해당 전문가와 일반 시민
들이 함께 참여하는 대화창구를 매월 두 차례 정도 갖는다는 계획이다. '인
천 유네스코 정론(正論)''도 그 중 하나.
여론화하지 못하는 시민운동은 별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뜻에서 시협회가
의욕적으로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정론''을 통해 인천시민이 관심을 기울여
야 할 부분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여론화한다는 게 협회측의 구상이다.
또 각 시민단체와 협력해 이들을 지원하고 후원하는 일도 협회가 내세우는
주요 사업목표다. 시민운동의 활성화만이 복잡한 사회현상에서 나타나는 다
양한 목소리를 하나로 아우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밖에 각국 유네스코협회와 자매결연을 추진해 세계적 문화유산을 인천지
역 청소년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
다. 협회측은 특히 인천엔 강화 고인돌이라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을 갖고 있는 등 기본적인 여건이 이미 성숙됐다고 여긴다.
시협회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문화재 학교''를 상설화해 문화를 보는 법
에서부터 문화재 관리·보존에 이르기까지 문화재와 관련한 전문적인 소양교
육을 청소년들에게 체계적으로 펼칠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1950년 55번째로 유네스코에 가입했으며 유네스코 민간단체인
유네스코 협회연맹엔 1965년에 가입한 뒤 1982년 한국유네스코협회연맹을
결성했다. 지금은 16개 지방협회에 1천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유네스코
인천시협회는 지난 91년 결성됐으나 지금까지 이렇다 할 활동을 보이지 않
은 채 이름만 걸어놓고 있었다.
새롭게 출발한 인천협회는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 전체
회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500여명의 회원을 추가적으로 확보해 놓은 상태다.
협회 회원중 정치인은 철저히 배제됐다. 정치색을 띠지 않은 순수한 시민운
동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다. 정치문제는 앞으로 별도로 다루겠다는 방안
을 세우고 있다.
하석용(52)회장은 “인천은 많은 사람들에게 돈벌어 떠나는 도시쯤으로 인
식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러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선 인천의 정
체성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지역의 문화와 역사 보존의식을 고취하
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