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미국행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된 가운데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는 미국행 화물들이 운항하지 못하고 있는 화물항공기 앞에 쌓여 있다.
미국 연쇄 테러 대참사로 현지 공항과 항만이 폐쇄되면서 인천·경기지역 기
업들의 대미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
은 기업들은 수출지연에 따른 자금 압박 등을 크게 우려하며 비상대책을 마
련하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13일 오전 동구 송림동에 위치한 중장비 기계부품 제조업체인 K산업. 올들
어 미국 수출계약이 급증하면서 모처럼 회사에 활기가 넘쳤으나 테러 참사
로 미국 금융시장이 마비되면서 물품대금을 제 때 받지 못할까 애를 태우
고 있다.
이 회사는 14일 1만달러 상당의 제품을 미국으로 보내기로 계약했지만 뉴
욕항이 봉쇄된데다 항공기를 이용할 경우 캐나다에서 다시 육로를 통해야
하는 현지 사정에 따라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영업부 관계자는 “수출제품 선적도 문제지만 물품대금 지급이 계속 지연
될 경우 자금압박에 시달려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현지
사정을 파악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남동공단 공구제조업체인 S사도 20만 달러 상당의 제품을 미국으로 선적하
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경기도내 반월·시화공단에서 대미수출을 하는 187개 업체도 불안감을 감추
지 못하고 있다.
뉴욕에 현지법인이 있는 S사는 “현재 간접적인 피해를 조사중”이라며
“당분간 자동차부품과 컴퓨터부품 수출업체들의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
했다.
D사 역시 테러사건 발생후 30만달러 상당의 제품 선적이 미뤄지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단 미국회사에 다음주 중 제품을 보내기로 합의하고
선적을 미룬 상태”라며 “이번 사태의 장기화로 미국경제가 안정되지 않
을 경우 수출업체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추가 테러 공격을 우려해 미국 바이어들이 구매결정을 늦추거나, 환율 불
안 등 현지 사정으로 인해 합작투자를 미루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남동공단 수중펌프 제조업체인 T업체는 당초 14일 미국 H사를 초청, 현지
합작투자 설명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미국 회사의 요청에 따라 행사를 무기
한 연기했다.
부천 P무역도 14일 미국 디트로이트를 방문해 현지 바이어들과 구매상담
을 벌일 예정이었지만, 이번 사태로 미국 입국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미국
방문을 포기하고 캐나다 토론토로 급히 일정을 변경했다.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해외바이어 초청 인천지역 수출상담회도 미국 바이
어들이 참석을 잇따라 취소하는 바람에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
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우종합기계(주)는 공작기계 500만달러 어치를 미국에 보내야 하지만 현
재 뉴욕항 봉쇄로 통관을 기다리고 있는 형편으로 대금회수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S코리아(주)는 뉴욕시 맨해턴에 현지 바이어 3명 중 2명의 생사가 확인되
지 않아 수출업무에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KOTRA 인천무역관 관계자는 “미국 바이어들이 현 상황에서 한국을 적극적
으로 찾겠냐는 분위기가 지역 경제계에 팽배하고 있다”며 “좀 더 지켜봐
야겠지만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수출업체들의 44분기 수출실적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