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에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바이러스 감염자가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제공항과 항만이 위치한 인천에 내년 월드컵대회와 부산아시안게임 등을 관람하려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보여 에이즈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태=9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지역의 에이즈환자는 지난 99년 22명, 2000년 31명, 올해 현재 44명으로 매년 30% 가량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파악된 이들 에이즈환자는 대부분 병 치료도중 감염이 확인됐거나 심각한 증세에 따라 자발적으로 감염사실을 확인한 경우다.
전국적으로 보면 지난 85년부터 9월 말 현재까지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는 모두 1천515명으로 이중 334명이 사망했다. 신규 감염자의 경우 지난 95년 처음 100명선을 넘어선데 이어 지난해엔 5년만에 2배가 넘는 219명이 확인됐다. 올들어선 9월말까지 235명의 신규 감염환자가 발생했다.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활동적인 20~30대 환자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감염 사례=동성연애자인 김모(29)씨는 지난 99년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알고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인생을 거의 포기한 채 살고 있다. 6개월에 한번씩 보건소에서 진료를 받고 있지만 병의 진행상태가 워낙 심각해 2~3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사망선고'를 받은 상태다.
회사원 김모(40)씨는 몇년 전 회식을 마치고 술집 아가씨와 잔 적이 있었는데, 그 일로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아내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은 후 단란했던 그의 가정은 풍비박산났다. 게다가 설마했던 아내마저 감염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점=에이즈의 경우 감염자가 의도적으로 전염시킬 수 있는데다 신분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특성 탓에 보건당국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현재 감염자에 대한 등록관리가 지침으로만 정해져 있어 강제성도 약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노출되지 않은 에이즈 감염자 수는 공개된 수의 2∼3배인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국내 총 감염자 숫자도 확인된 감염자(사망자 포함) 1천500여명의 3∼4배 수준인 4천500~6천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상당수의 감염자들이 등록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은 감염자 자신의 문제도 있지만 감염자를 마치 범죄자로 간주하는 사회분위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급한 관리·예방 대책=정부는 에이즈와 관련해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이란 특별법을 별도로 제정했다. 보건당국은 에이즈 확산 초기 다소 강압적으로 환자관리를 해왔지만 최근들어 감염자의 인권이나 자율권 존중문제가 불거지면서 경제적, 제도적 유인책을 통해 환자를 관리하고 있는 추세다.
감염자들에 대한 등록관리체계를 확보하기 위해선 감염자들에 대한 갖가지 의료서비스 제공과 함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얘기. 특히 공항을 출입하는 내외국인에 대한 에이즈 홍보 및 예방활동도 강화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시 보건관계자는 “에이즈의 확산을 예방하는 대책마련도 시급하지만 감염자들에 대한 사생활도 존중돼야 한다”며 “감염 발생이 우려되는 부문(유흥업소 및 윤락가)에 대한 예방활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에이즈 감염자 매년 30%씩 급증
입력 2001-12-09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1-12-09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