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부인들의 그림자 내조경쟁이 뜨겁다. 표면적으로는 언론의 집중보도를 받지 못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후보와 함께 때로는 정반대 지역에서 대소 행사에 참석하는 동선이 바쁘기만 하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부인 한인옥 여사는 97년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만점에 가까우리만치 이회창 총재의 이미지를 보완해주고 있다는 평이다.

한 여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종교계와 여성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한인옥 여사와는 달리 한국가정의 조용한 주부 이미지를 보이면서 부군을 보필하고 있다.

한인옥 여사는 서울대 가정교육과를 졸업했고 이회창 후보와 중매결혼했다. 주부로서는 우선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가정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내조의 제1원칙으로 삼고 있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인 엘리노어 루스벨트 여사가 가난한 사람, 흑인, 그리고 여성처럼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던 것처럼 자신도 그늘지고 소외된 사람들 편에서 돕고 싶다는 정치적 입장을 갖고 있다.

지난 1997년 대선을 겪어본 바 있는 한 여사는 지난 2년여 동안 이 후보를 대신해 종교계는 물론 여성, 교육계까지 폭넓게 보필해왔다. 한 여사의 부드럽고 화사한 분위기는 이 총재의 강한 대쪽 이미지를 상당부분 희석시켜왔다. 장남 이정연씨의 병역비리 파문 등이 일었을 때는 안타까움으로 밤잠을 설친다면서 “하늘이 두쪽나도…”라고 적극적인 정치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여성계를 위해 힘쓰고 싶다는 한 여사는 한나라당 필승전략의 상당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한 여사는 권양숙 여사에 대해 “가정에만 충실할 때는 몰랐는데 동병상련의 정을 느낀다면서 건강에 유념하시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권양숙 여사와 노무현 후보와의 러브스토리는 “부친의 좌파경력을 알면서도 결혼한 고시지망생 노무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권 여사의 내조는 노 후보가 건강관리를 위해 항상 5시에 기상해서 맨손체조를 하고 잡곡밥 등의 식사를 마련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권 여사는 내조에 충실한 전통적인 스타일이지만 21세기 여성의 사회참여와 영부인의 역할에 대해서는 정치적 소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한다.

권 여사는 각종 모임에 참석해 “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30세된 아들, 28세의 딸 등이 모두 평범한 직장생활을 계속하기를 바라며 친인척비리는 절대로 없도록 철저히 안에서 관리할 것”이라고 밝힌다. 또 영부인이 되면 새로운 시대인 만큼 영부인의 역할도 새로워진다면서 여성이자 엄마로서 여성, 보육, 노인, 소외계층의 문제에 관심을 두고, 특히 보육문제와 여성일자리 창출 등은 국가에서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하며 제도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다.

한나라당 한인옥 여사에 대해 “서로 비슷한 처지에서 고생이 많으실 줄 알며 건강 조심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