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중구 신흥동 신흥초등학교 앞 도로안내표지판. 직진으로 갈수 있는 월미도를 좌회전이 금지된 좌측으로 표시해 월미도를 찾는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2002 월드컵'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인천도 문학경기장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맞아 준비에 한창이다. 월드컵뿐만이 아니다. 인천은 인천공항 개항에 이어 인천항 관세자유지역 지정, 송도신도시 조성 등을 앞두고 동북아의 중심도시로서 기틀을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인천이 이런 국제화 추세에 발맞추려면 아직도 고쳐나가야 할 일들이 곳곳에 널려 있는 상태다. 국제도시에 걸맞은 인천을 가꾸기 위해선 어떤 것들을 바꿔야 하는지 점검하는 시리즈를 싣는다. 〈편집자 주〉

H은행 구월동 지점장 최모(54·경기도 고양시)씨는 승용차로 수도권외곽순환도로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늘 다니는 길이어서 1시간 정도면 충분한 거리. 하지만 그는 잘못된 도로표지판 때문에 외곽도로를 잘못 타는 바람에 인천항과 부평 쪽으로 빠져 헤맨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하소연한다. 최씨는 “만수동 IC지점으로 빠져나가야 하는데 도로표지판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헷갈리기 일쑤”라며 “인천 방향 표지판은 많지만 정확하게 어느 곳으로 나갈 수 있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고 불평했다.
인천항에 근무하는 이성진(45·남구 숭의동)씨는 며칠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중구 답동사거리에서 월미도로 가려면 직진하는 것이 가장 빠른데, 정작 신흥초등학교 앞에 이르니 표지판에 월미도 방향을 좌회전으로 표시해 놓은 것. 이씨는 그래도 표지판을 믿고 좌회전하다 결국 접촉사고를 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평소 알고 있는대로 갈까 말까 망설이다 좌회전 표시를 따라 방향을 틀던 중 사고를 냈다”며 “더욱 황당한 것은 이 도로표지판을 따라가다 보면 좌회전금지 표시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차 인천을 자주 찾는다는 한태근(43·수원시 팔달구)씨는 “서해안고속도로를 빠져나가 인천시청을 가는 도중 도로표지판에 1㎞라고 표시해 놓아 따라가 보니 엉뚱한 곳이 나와 다시 되돌아가 겨우 찾은 적이 있다”며 “방향을 올바로 표시하고 실제 거리를 정확히 알려줄 수 있는 도로표지판이 아쉽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을 위한 영문 도로표지판도 태부족한데다 그나마 엉망으로 설치돼 있기 일쑤다. 실제로 서구 심곡동 서구청에서 가정오거리 구간에 설치된 표지판에는 방향표시와 한글 도로표지판만 있을뿐 영문표시가 없어 이 곳을 찾는 외국인들은 제대로 방향을 잡기 어렵다. 특히 서구나 동구, 부평지역에서 문학경기장 쪽을 알려주는 영문도로표지판이 거의 없어 월드컵을 앞두고 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평구 한빛 외국어학원 영어강사인 마이클 존슨(35)씨는 “도로표지판에 영문표기가 잘못되거나 아예 없는 곳이 많아 불편할 때가 많다”며 “얼마 전엔 연수구 쪽으로 가다가 서해안고속도로로 잘못 들어가 안산까지 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잘못된 도로표지판을 바로 잡고, 인천을 찾는 내외국인들을 위해 도로표지판을 전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시가 월드컵이 열리는 올해 도로표지판 재정비를 위해 책정한 예산은 고작 8천여만원에 불과하다. 특히 각 구·군은 그나마도 책정하지 못한 상태다. 남구 관계자는 “잘못된 도로표지판을 바로잡으려면 전체 도로표지판을 교체해야 할 것”이라며 “국제대회를 앞두고 도로표지판을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만 예산이 없어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