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의 난립은 건물 자체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인도는 비닐기둥 간판(Air light)과 입간판이 점령한지 오래다. 이들 유동 광고물은 모두 불법인데도 각 업소는 경쟁이라도 하듯 거리에 설치하고 있다.
관공서 인근 지역이 이러니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부평구 부평시장의 한 가구점 앞엔 인도도 아닌 차도에 깃발간판이 버젓이 버티고 서있다. 어떤 업소는 깃발간판이 바람에 넘어져 거리에 나뒹굴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런 모습은 남동구 간석동, 남구 주안역 인근, 연수구 송도 등 인천지역 유흥가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난무하는 불법간판
우리의 간판문화는 사실상 무법천지다. 옥외광고물 관리법 등에 따르면 간판은 업소당 3개씩 달 수 있다. 그러나 업소들은 공간만 있으면 4~5개씩 단다. 특히 최근엔 2m를 넘는 대형 비닐기둥 간판이나 빙글빙글 돌아가는 형태의 입간판 등 갖가지 불법 유동 광고물이 주택가에까지 침투하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시내 광고물은 총 18만4천848건으로 이중 불법광고물은 27.6%인 5만987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불법광고물로 적발돼 영업정지·폐지, 고발, 과태료부과 등 행정처분을 받은 광고물만도 3만4천612건(고정광고물 2만2천882건, 유동광고물 1만1천730건)에 달한다.
▲도시미관 저해
또다른 시내간판의 고질적 문제는 간판과 건물 및 주변환경과의 부조화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엔 '광고물은 표시 위치 및 문자의 크기 등이 건물, 공작물 및 다른 간판들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같은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극대화한 크기와 조잡한 색깔, 여기에다 개수경쟁이 맞물려 도시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고 있는 상태다.
시민 김모(35·남동구 간석동)씨는 “월드컵을 맞아 인천을 찾는 외국인들이 무질서하고 조잡한 간판문화를 접하며 인천이란 도시에 대해 싸구려 이미지를 갖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안전·환경 문제도 심각
계양구 주민 이모씨는 얼마 전 조카를 목마태우고 계양구청 차도 맞은편 상가지역을 지나다 Y주점의 대형 입간판에 조카의 머리를 다치게 할뻔했다. 이씨는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이 간판을 신고했고 결국 구로부터 철거를 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대표적인 불법간판인 노상 입간판은 이처럼 보행자의 안전마저 위협한다. 특히 빙판길이 형성되는 겨울철엔 더 위험하며 폭우라도 쏟아지면 감전사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여기에다 이들 간판은 대부분 썩지 않는 재질로 제작돼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