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도 모르게 개인정보가 마구 새나가 유통되는 등 사생활 침해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이름과 집주소, 전화번호, 학력, 직장, 직위 등 개인의 신상정보가 각종 업체로 흘러들어가 영업대상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에는 개인의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어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8일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산하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따르면 개인정보침해신고 사례가 2000년엔 월 200여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엔 1천건이 넘는 등 갈수록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처벌규정뿐만 아니라 유사한 판례조차 없어 각 사안별로 법원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학에 원서를 접수한 후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고교 3학년 김모(19)군은 최근 입시학원에서 걸려오는 전화와 우편물을 받느라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라고 하소연한다. 합격자 발표도 나지 않은 상태에서 입시학원들이 집 전화번호와 주소, 이름을 정확히 알고 연락을 해온다는 것이다.
김군은 “학원 관계자들에게 어떻게 전화번호와 이름을 알았는지 물으면 머뭇거리다 전화를 끊는다”며 “학생들의 명단이 유출되지 않고서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모(40·남동구 간석동)씨도 지난달 말 한 여성에게 휴대전화를 통해 카드가입을 권유받고 황당했다. 어떻게 휴대폰번호와 이름을 알았냐고 물었더니 “다 아는 수가 있다. 여행이나 물품 구입시 많은 혜택을 주니 가입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신용카드에 가입한 뒤 낭패를 당했다는 박모(46)씨는 최근 인천녹색소비자연대에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해결방안을 찾지 못했다며 어이없어 했다. 박씨에 따르면 휴대전화로 바겐세일 정보가 문자메시지로 들어와 전화를 걸었는데 물건값이 턱없이 비싸 포기했다. 그러나 전화비용을 국제전화요금으로 적용해 박씨가 항의하자 카드회사측은 '가입시 개인정보 사용에 동의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아 고스란히 전화요금을 물어야 했다.
또 인천 서구청은 지난달 구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민원인들의 주소와 이름 등 개인 신상을 그대로 공개했다가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최근 E메일을 수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인터넷상에서 일반화하면서 아무나 쉽게 메일 주소를 모을 수 있게 되자 E메일 밀거래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추출 프로그램만 있으면 개인이라도 E메일을 쉽게 수집해 데이터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E메일 100만개에 20만원, 500만개 50만원, 1천만개 100만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의 광고 메일도 계속 나돌고 있는 상태.
인천녹색소비자연대 김정아(31) 상담실장은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E메일 계정시 개인정보 사용에 대한 조항을 약관에 일괄적으로 포함하고 있어 소비자 피해를 해결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따라서 개인의 E메일 판매행위 등 개인정보 침해를 막을 수 있는 종합적인 보호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생활 침해 위험수위
입력 2002-01-08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2-01-08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
-
투표진행중 2024-11-22 종료
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유죄가 최종 확정된다면 국회의원직을 잃고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됩니다. 법원 판결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