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와 서울시가 '차이나타운' 조성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인천의 경쟁력 확보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의 경우 서울에 비해 상권 규모가 작고 교통접근 수단도 불리해 자칫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예산만 낭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동대문 관광특구 및 연희동 차이나타운 계획=서울시는 대표적인 패션상권인 동대문시장을 세계적인 쇼핑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며 '월드컵 대비 동대문시장 마케팅 대책'을 마련하고 다음달 문화관광부에 관광특구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대상 지역은 두산타워, 밀리오레, 프레야타운 등 신흥 소매·도매 시장권과 전통재래시장권 등 13만여평에 이른다.
서울시는 중국 관광객을 위해 프레야타운 지하 1층(300평)에 중국 본토 요리사들이 조리하는 푸드코트를 조성, 오는 5월부터 베이징(北京), 광둥(廣東), 쓰촨(四川), 상하이(上海) 등 중국 4대 요리를 모두 맛볼 수 있게 한다는 세부 운영방침도 세웠다. 아울러 중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연희·연남동 중국인 집단거주지역에 중국상징가로를 만들고 베이징, 광둥 등을 대표할 만한 중화식당을 비롯 중국풍 상징물과 상가를 조성하는 등 '리틀 차이나타운'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밖에 월드컵을 전후해 연희동 일대 중국음식점, 화교학교 등과 함께 한·중 음식 및 문화 교류전 등 각종 지역축제도 여는 한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인접 지역 곳곳을 공연·전시·문화예술의 거리로 특화하는 등 지역활성화 사업을 적극 펼칠 방침이다.
◇인천의 문제점=서울시와 인천시가 추진중인 차이나타운과 관광특구 사업의 내용은 비슷하지만 추진력이나 세부계획에선 많은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인천은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차이나타운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범거리조차 조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시의 적극적인 지원없이 예산이나 행정력이 떨어지는 구에서 사업을 주관했기 때문이다. 또 관광객 유치 방안이나 경쟁력 확보 방안에 대해서도 차이나타운을 조성만 하면 관광객이 저절로 찾을 것이란 안일한 태도로 일관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인천시는 차이나타운 주변 숙박업소 설립과 관련해 대상 지역 지주들이 무리하게 땅값을 요구하자 대안을 세우기는커녕 아예 사업을 취소했다. 중국인 투자자들이나 차이나타운 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관련법에 대해서도 모든 업무나 책임을 관할인 중구에만 떠넘기고 있는 상태다.
사업추진 열의나 홍보면에서도 인천시는 뒤떨어진다.
서울시는 짧은 기간 안에 집중적인 추진력을 발휘, 민·관합동으로 월드컵 전까지 거리조성 및 각종 문화교류 사업 등을 벌이겠다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쇼핑불편신고센터와 외국인 관광객에게 각종 소비자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동대문 종합안내소에 통역기동반을 두는 등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 반면 인천시는 기존 관광안내소조차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인천시의 외국관광객 유치방안이라고 해야 외국관광객 500명 이상을 끌어들여 지역에서 하룻밤을 묶게 한 여행사에 관광객 1인당 2천원씩 인센티브를 준다는 게 고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연희동과 동대문 일대를 관광특구로 지정하고 그곳에 차이나타운을 조성하면 상권·교통편·숙박시설 등 여러가지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인천에 중국 관광객이 얼마나 찾겠냐”고 지적했다.
◇대책은 없나=인천지역 차이나타운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월드컵 전까지 차이나타운 시범거리 조성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관광업계의 설명이다.
외국관광객들이 서울로 가지 않아도 인천공항과 가까운 중구에서 쇼핑과 관광을 즐기고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특색있는 상권 개발과 교통편 확보 등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 아울러 외국관광객 유치를 위한 홍보활동 및 관광서비스 수준 향상을 위한 대책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