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비나 충동구매 등 그릇된 소비문화는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고, 더 나아가 환경파괴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소비 풍조속에서 교훈을 찾고자 한다면 '인천YMCA 갈산종합사회복지관'(관장·이재선)을 찾아가면 된다.
갈산복지관은 부평구 갈산동 360 갈산2단지 주공아파트 내에 자리잡고 있다. 3층짜리 건물에 들어서면 먼저 유리칸막이가 인상적인 '녹색가게'가 눈에 들어온다. 1층 로비를 쪼개 마련한 3~4평의 좁은 공간이지만 이 가게엔 의류를 비롯해 신발, 가방, 가전제품, 잡화, 도서, 체육·유아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을 진열했다. 일부 옷가지들은 아예 가게안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로비 한쪽에서 '손님'을 맞이한다.
녹색가게는 바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재활용품을 교환하는 '나눔의 장'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일반 매장에 가기 전에 이 곳부터 들러 필요한 생활용품이 있는지 확인한다.
녹색가게엔 지난해 7월 문을 열 당시부터 지켜 온 특이한 '룰'이 있다. 가게에 진열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선 반드시 집에서 쓰던 생활용품 중 '나눠 쓰고자' 하는 물건을 직접 손질해서 가져가야 한다. 녹색가게가 '나눔의 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복지관 관계자는 “녹색가게는 단순한 재활용품 교환시장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건전한 소비의 가치와 환경의식을 일깨워주는 교육의 현장”이라고 말했다.
'녹색가게'는 이렇듯 갈산복지관을 대표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갈산복지관은 갈산2단지 주공아파트가 조성된 이듬해(1993년 7월) 문을 열었다. 서민아파트 단지 내 복지관이 그렇듯이 갈산종합사회복지관도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그들과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
갈산주공아파트는 저소득 영세가정을 위한 대규모 영구임대아파트로 1천170세대의 주민 중 수급권자(기존 생활보호대상자)가 전체의 54.2%에 달한다.
이 때문에 갈산복지관은 수많은 복지관 운영 프로그램 중 자활지원사업에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자활지원사업이 파출알선, 산후조리, 출장요리, 부업알선 등 가사도우미 사업으로 현재 50여명의 주민이 가사도우미 모임인 '둥굴레회' 회원으로 활동한다. 이밖에 14명의 수급권자가 참여하는 '바퀴벌레 박멸사업'등 다양한 자활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선 관장은 “갈산 2단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이주율은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이는 지역에 대한 생활만족도가 높아서가 아니라 주민 대다수가 소득이 적은 단순직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주민들의 자립·자활 능력을 강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갈산복지관이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은 '행복한 가정만들기 시민 1004(천사) 운동'. '시민 1004운동'은 이혼, 가출, 가족불화 등 가족의 위기를 나타내는 징후들이 짙어가는 상황에서 해체위기 가정을 예방하고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사업에 참여할 1천10명의 회원을 확보한 상태. 갈산복지관은 이를 위해 현재 복지관 2층에 상담실 등을 갖춘 '가정해체예방센터' 설치공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갈산복지관 또한 예산, 인력 부족 등 복지관 공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장은 “선진국처럼 기부문화가 정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부족한 예산에 사회복지사들의 이직률까지 높다 보니 사업 추진에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고 털어놓았다. 이 관장은 그러나 “복지관 실무자들부터 현장속에서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호흡하려는 마음자세를 갖출 때 진정한 복지가 실현될 것”이라며 “새해엔 좀 더 역동적으로 주민들을 찾아가는 복지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