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성수(42·인천시 연수구 연수동)씨는 지난달 25일 가족과 함께 한국과 독일간의 월드컵 4강 응원전이 펼쳐진 인천 문학 경기장을 찾았다가 '확' 달라진 시민의식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경기 내내 목이 터져라 응원한 5만여 인천시민들이 경기가 끝나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깔고 앉았던 신문과 물병, 컵 등을 비닐 봉지에 담아 들고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본 것이다.

아쉽게 경기에 진 뒤라 더러는 먹던 물병 정도는 집어 던지고 쓰레기를 밟고 나올성 싶었지만 이들은 오히려 경기장을 청소하러 나온 사람들 같았다. 축구팬인 김씨가 종전 국내 경기 때 경기장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너무나 딴판이었다. 청소를 준비하던 환경미화원들 조차 의아해 했다.

월드컵 기간 내내 길거리 응원전에 나섰던 100만 시민들의 의식은 이미 한 단계 '업 그레이드' 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월드컵 개최의 값진 성과는 한국팀의 4강 진출과 국가 브랜드 제고 등 경기 내·외적인 요인과 함께 성숙한 시민 의식을 꼽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지난달 14일 한국과 포르 투갈전이 열린 당시 문학경기장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수십t에 불과했고, 이것 마저 경기장 내외에 비치된 휴지통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문학경기장, 야구장, 종합문화회관 거리 등에서 벌어진 거리응원전에 참가한 시민들은 경기가 끝난후 '클린 타임'을 운영하는 등 남다른 시민의식이 돋보였다.

안전사고 또한 취객들의 일부 싸움 등을 제외하고는 전혀 없었다. 경기 당일과 전날 실시된 승용차 2부제 참여율도 95% 내외로 부산·서울 등 다른 도시 보다 참여율이 낮지 않았고, 시가 모집한 자원 봉사자(540명) 경쟁률도 4.3대1을 훌쩍 넘었다. 자원봉사자들은 문학·부평 플라자 일대 청소를 비롯 경기장 인근 교통 질서 안내 등 경기장 바깥에서 하는 궂은 일을 맡았지만 매일 90% 이상의 참여율을 보였다.

시 자원봉사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은 월드컵경기가 끝난 지금도 인터넷 상에 동호인 방을 만들어 연락을 취하는 등 월드컵 열기를 인천 발전에 접목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성숙된 시민의식을 260만 시민 모두가 계속 유지하는 일이다. 국제 도시민답게 선진 시민의식의 함양은 물론 이를 인천발전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월드컵 인천 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르는데는 성숙된 인천 시민들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면서 “시민·사회 단체들과 연대해 성숙된 시민의식이 지역 발전의 디딤돌 역할을 할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